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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50

뉘른베르크와 독일인 뉘른베르크 ( Nürnberg ) 와 독일인 나는 독일의 아름다운 도시 뉘른베르크 (Nürnberg)에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기대를 이 도시에 걸어보았다. 추운 겨울날씨에 독일의 고도 뉘른베르크를 방문한다는 게 격에 맞지 않는 일이었지만 계절을 따지기에는 내게 너무 여유가 없었다. 뉘른베르크 역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목이 긴 털구두를 하나 사는 것이었다. 털구두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혹한이었다. 눈이 발목까지 차 왔다. "이런 계절에 여기를 오다니... " 이렇게 생각하며 혼자서 한심해했다. 그러나 뉘른 베르크를 돌아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자체가 민망스러워졌다. 뉘른베르크에는 계절을 초월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뉘른베르크 하면 누구나 나치 전범자들의 재판본부.. 2023. 5. 29.
포르투갈, Sintra 의 Pena 여름 궁전 포르투갈, Sintra의 Pena 여름 궁전 18C중엽 4만 명의 희생자를 내었다는 리스본의 대지진, 그 사후처리와 도시계획을 진두지휘한 당시의 훌륭한 재상이었던 퐁발(Pombal) 후작이 이룩한 리스본의 바이샤 지구, 생떽쥐뻬리의 조종사 기요메가 리스본 상공에서의 추락, 유럽 어느 곳에서나 아페리티프로 인기 있는 포도주 뽀르또(Porto), 축구 스타 호날두, 피구 등이 내가 지금까지 가졌던 이베리아반도 서쪽에 올라 붙어있는 이 작은 나라에 가기 전 나의 관심사의 전부이었다. 그만큼 한국인들과는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별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대서양의 아름다운 해안을 끼고 다변의 지형과 기후에 의해 다양한 식목과 꽃들이 있다. 또한 어느 작은 레스토랑에서든지 노란 레몬이 듬뿍.. 2023. 5. 5.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 덴마크 ( 2 )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 덴마크 ( 2 )  (Nabucco)는 베르디 작곡의 오페라 제명으로 고대 바빌론의 왕 네부카드네자르(Nebuchadnezzar)의 이탈리아 철자 ‘나부코도노소르’의 약칭이다. 베르디의 최초의 성공작품이며, 이 작품 속에는 이태리인들에게 제2의 애국가라고 불리어진 만큼 사랑받는 아리아인 유대인 포로들의 합창 가 들어 있다.  당시 첫 부인과 아이를 잃은 후 실의에 빠져 있었던 베르디가 스칼라 극장 지배인 메렐리가 그를 걱정해 두고 간 대본을 읽고 작곡한 작품이다.  구약성서중 바빌론 왕의 포로가 된 유대인들이 수모와 아픔 속에서 굴하지 않고 버티는 내용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당시 조국 이태리가 오스트리아에 당하는 입장과 꼭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영감에 따라서 작곡하기 .. 2023. 4. 15.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 덴마크 ( 1 )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 덴마크 ( 1 ) 이름값 높은 문화 공간 나들이는 젊은 날 데이트하던 때만큼이나 설레고 행복하다. 꽤 오래전 일이다. 유럽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가 2005년에 완공되고 다음 해 4월 플라시도 도밍고가 초빙된 바그너의 발퀴레 (Die Walküre)로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Margrete) 여왕을 모시고 드디어 개관 기념공연을 한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나왔다. 나는 우연히 그때 그곳에 있었다. 공연장이 바로 바다 건너로 보이는 새로운 항구라는 뜻의 니하운(Nyhavn) 부둣가. 창들이 작고 옥내 구조물들이 옛날 그대로 보존된 것으로 유명한 옛날 곡물창고였다는 에드미럴 호텔에 에 묵고 있었다. 그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호텔 측과 친구들께 부탁해서 .. 2023. 4. 11.
안달루시아의 집시,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집시, 스페인 인도 북서쪽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는 세계의 방랑인들을 우리는 집시족이라고 불러왔다. 누구나 집시에 대한 호기심을 다소 갖는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안달루시아 지방에 내려오면서 간간이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그들의 집합 장소를 보았다. 특히 안달루시아는 집시촌들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몰려가기도 한다.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의 영남 지방 격이다. 가장 재래적인 스페인 풍물의 요람이다. 고르도바, 세빌, 그라나다에 산재되어 있는 옛 풍류를 현대화된 지금도 어느 거리, 어느 골목에서나 느낄 수 있다. 캐스터네츠 박자에 맞춰 플라멩코를 추듯 거리를 걷는 아가씨들에게서도 묘한 율동을 느낀다. 내가 찾아간 집시촌은 시내와 꽤 떨어진 곳에 있었고, 마을 입구에는 17,18세쯤 되어 보이는 청년들 .. 2023. 4. 7.
야누스의 얼굴 , 베니스 ( 2 ) 이번 체류 중에 또 하나의 좋은 기회는 바로 베니스 비엔날레 (Venice Biennale)가 열리고 있어 구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베니스의 매일은 문화행사의 매일이 기도 하지만 많은 나라가 참여하여 대대적인 관람을 시키는 이 행사를 우연히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대개 전위적인 작품을 많이 내놓고 있었는데 그중에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리스관이었다. 벌써 건물 근처에 가니 이상한 지린내가 나고 오물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모두 찌푸리는 듯한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이번에는 이상한 짐승 소리가 나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속으로 들어가니 양 떼들이 한 울 속에 수십 마리씩 몰려 있고 옆에는 짚.. 2023. 3. 28.
야누스의 얼굴, 베니스 ( 1 ) 야누스의 얼굴, 베니스 ( 1 ) "바다를 향하여 열려 있는 햇빛 속에 전시되어 있는 베니스 곁에는 속을 알 수 없도록 꽉 닫혀 있는 베로나가 있다.” 쟝 그르니에의 설명을 되새겨 가면서 플로랑스(피렌체)에서 동북 고속도로를 달렸다. 잡초 같은 무성한 느낌을 주던 남이태리의 특유하게 키가 큰 유도화 풍경은 어디로 가 버리고 풀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없다. 남의 발상을 슬쩍 자기 것으로 만들어 꽃 피우는데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샘 많은 프랑스국민들이 베니스를 얼마나 부러워했으면 남불(南佛)에 뽈 그리모라는 수상 소도시를 세웠는지 알만한다.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프랑스에도 손바닥만 한 수상동네가 하나 있다. 뽈 그리모는 시간의 때가 묻지 않고 상업적인 촉수가 뻗고 세속적인 것에 젖어 있지 않는 곳이.. 2023. 3. 24.
대문호 들의 땅, 더블린 아일랜드 대문호 들의 땅, 더블린 나는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아무런 구애 없고 마냥 자유롭고 즐거운 나그네라는 기분으로 파리에서 30명쯤 타는 경비행기로 더블린 공항에 도착했다. 아일랜드란 원래 녹색의 땅이란 뜻이라고 하더니 비행장에서 시내까지 들어가는 거리 주변에는 1월 말인데도 파란 잔디가 많이 눈에 띄고 기분 좋을 정도로 싸늘하게 바람이 분다. 하룻밤을 지나고 오코넬 거리를 오가며 관심 있는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데, 처음 더블린에서 본 15살쯤 보이는 아이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구걸했는데, 중부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 나는 깜짝 놀랐다. 프랑스에서도 지하철 혹은 여기저기에서 걸인들이 있으나 프랑스 걸인들의 행태는 좀 재미있다. 술 주정뱅이들을 제외하고는 프랑스 걸인들은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 한 줄쯤.. 2023. 3. 5.
뭉크 미술관, 노르웨이 뭉크 미술관, 오슬로 노르웨이 머리를 두 갈래로 얌전히 땋고 교복을 입었던 시절의 나는 대부분의 사춘기 여학생들처럼 사물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고, 확실한 대상도 없으면서 무엇을, 누구를 늘 갈망하면서 지낸 것 같다. 청년들의 꿈이나 갈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다를 게 없었던지 나는 늘 미래의 시간을 꿈꾸면서 살았던 것 같다. 특히 여자로 태어난 나는 당시의 사회 인습이 꽤나 불편했었다.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는 금기 사항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너무 많았음이 나로서는 늘 불만이었다. 밤에는 음악회에도 못 가고, 일요일 유년 주일학교에도 할머니 눈치를 보았으나 다행히 어머니가 갈 수 있도록 이것저것 소심히 살펴 주셨다. 그래서 고분고분한 아이들이 별 불만 없이, 별 불편 없이 학교에 오가고 .. 2023. 2. 26.
지중해 몰타 섬 넘쳐 흐르는 물이 있어도 그릇이 없으면 담지 못하듯,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 돈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여행을 해도 머리에 든 것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 것을 우리는 쉽게 경험한다. 몰타여행이 바로 쉽게 그럴 수가 있는 곳이다. 지중해 한가운데 둥둥 떠있으면서 눈부신 태양이 쏟아지는 하늘을 이고 있는 섬, 아쉬울 것 없는 상쾌한 일상을 누리며 오수를 즐기는 어느 귀부인 같은 우아한 자태를 지닌 몰타... 그러나 그 내면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역사의 질곡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땅. 그 자체이기도 하다. 선사, 중세, 현대가 함께 부딪치지 않고 현존하며 시간이 마치 뚝 멈춰 있는 것 같은 섬이다. 몰타 섬은 면적이 제주도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으며, 그리스 바.. 2023. 2. 18.
드뷔시의 고향 (故鄕), 프랑스 드뷔시의 고향 (故鄕), 프랑스 파리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 RER(급행지하철) 생제르맹-앙-래라는 역이름이 자주 눈에 뜨인다. 그 이유는 그곳이 파리 근교에 있는 마을이며 RER의 A선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드뷔시(1862~1918)의 생가를 찾아보고 싶으면 무조건 그 선을 타고 개선문에서 20분쯤 달리면 된다. 지하철 구멍에서 빠져나오면 파리와는 좀 다른 분위기의 마을 하나가 나온다. 인구 4만쯤 되는 이 마을은 프랑스의 쟁쟁한 왕들이 살았던 古城이 있고, 특히 지금도 빠비용 앙리 4세라고 부르는 특급호텔로 되었지만 루이 14세가 태어난 역사적인 건물도 바로 옆에 있다. 파리에서 서쪽에 위치한 높은 지역이라 생제르맹에서 파리까지 흐르는 저 발아래 보이는 센느강 풍경이 한눈에 다 보인다. 거기다가 넓.. 2023. 2. 15.
음악의 도시 프라하, 체코 음악의 도시 프라하, 체코 “체코의 모든 사람들은 바이올린의 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에 태어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그만큼 그들 국민들이 천성적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한 질 높은 청취력과 정열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나는 오래전 프라하 음악제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듣고 읽고 사진으로 보아만 오던 프라하에 첫발을 디디던 날, 짐을 풀자마자 그 유명한 찰스교(길이 516미터 넓이 10미터)를 몇 번이고 거닐어 보았다. 마치 꿈꾸거나 산책하는 어느 시인처럼 교각 양가에 30개나 도열해 있는 조상들과 은밀한 대화라도 나누듯이 나는 제법 그 분위기에 맞는 사람처럼 행동했던 것 같다. 즉 나의 몽상과 나의 걸음걸이는 발아래 유유히 출렁이는 몰다우강이 배경음악으로 깔려 있다는 것을 깊게 느끼기라도 .. 2023.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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