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세계 문화 예술 기행
  • 세계 문화 예술 기행
  • 셰계 문화 예술 기행
유럽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 덴마크 ( 1 )

by 이다인 2023. 4. 11.
반응형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 덴마크  ( 1 )

이름값 높은 문화 공간 나들이는 젊은 날 데이트하던 때만큼이나 설레고 행복하다. 꽤 오래전 일이다. 유럽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가 2005년에 완공되고 다음 해 4월 플라시도 도밍고가 초빙된 바그너의 발퀴레 (Die Walküre)로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Margrete) 여왕을 모시고 드디어 개관 기념공연을 한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나왔다.
 

나는 우연히 그때 그곳에 있었다. 공연장이 바로 바다 건너로 보이는 새로운 항구라는 뜻의 니하운(Nyhavn) 부둣가. 창들이 작고 옥내 구조물들이 옛날 그대로 보존된 것으로 유명한 옛날 곡물창고였다는 에드미럴 호텔에 에 묵고 있었다. 그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호텔 측과 친구들께 부탁해서 혹시 표를 구할 수 있을까 팔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그런 행운은 쉽게 와 주지 않았다.
 
 아쉬워하면서 프랑스로 돌아온 지 거의 3년 만에 나는 다시 그곳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봄에 미리 표를 사두는 등 여유 있게 준비를 했다. 이왕 가는 기회인데 하고 연중 첫 무대인 9월 6일을 택했다. 그 이유는 요절한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로 푸시킨 (1799~1837)이 무려 9년 동안에 걸쳐 쓴 원작에 차이코프스키가 젊은 나이 28세에 작곡했다는 예브게니 오네긴 (Evgenii Onegin)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느 나라든 대부분 시즌오프닝 밤에는 깨끗하고 예쁘게 치장한 상차림에 아페리티프, 포도주 샴페인이 준비되고, 나비넥타이를 맨 멋 부린 청년들의 손님 접대와 우아하게 성장한 예술, 문화 애호가들의 화기애애하고 격조 높은 분위기가 가득 차게 마련이다. 그것을 참작한 것이었다.

오페라 오프닝 하는날


예상대로 그날 밤 나들이는 조금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공연은 이날을 시작으로 다음 해 6월 12일 <카르멘>으로 끝나게 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이미 18세기부터 사용해 오던 왕실 오페라 극장이 있지만 새것은 기술, 디자인,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른 초현대식 그 자체이다.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 전경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 전경

 
지휘자 마이클 쉔반트의 작은 동작과 사인 하나하나에 110명의 오케스트라 멤버들이 맡은 바 각자의 완벽한 소리 만들기에 열중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Soo Kyung Hong'이란 이름이 첼로부문에서 눈에 띄었는데 틀림없이 한국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으로써 세계 곳곳에서 뛰어난 예술가들이 활약하고 있음에 가슴이 뿌듯해졌다.

그날 무대에선 건방지고 무례하기 그지없는 귀족 오네긴 역이 부르는 아리아 <그대가 바로 타티아나>와, 짝사랑의 여인 타티아나가 부른 아리아 <내 영혼을 파멸시키더라도>가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특히 렌스키 역을 맡았던 닐스 연 리스가 부른 아리아 <어디로 가버렸나, 내 청춘의 황금의 날이여>는 러시아 오페라 중에서 테너가 부르는 아리아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는 평에 상응할 만큼 서정성이 아주 뛰어났다.
 
그리고 러시아 북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류사회 무도회와 라리나부인 댁의 시골 무도회의 비교, 러시아 왈츠, 폴란드 마주르카, 등 다양한 춤곡들은 관객들의 모든 감각을 들썩들썩하게 만들었다. 또 그 다양하고 화려했던 의상과 무대장치들은 도처에서 온 팬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하며 열광하도록 하는 데 크게 한몫한 것 같았다.
 
어떤 예술작품에서든 한 시대나 사회의 실상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작품 1막에서도 라리나 부인 저택 부근 과수원에서 품팔이하는 여자들이 계속 노래를 부르면서 과일을 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은 일하면서 몰래 과일을 따먹는 것을 막기 위한 지주들의 묘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빈부 사회를 고발하는 예술가의 발상이 의외로 신기했다.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Evgenii Onegin)중 한 장면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Evgenii Onegin)중 한 장면

무용곡 <백조의 호수>, 교향곡 <비창>, 피아노와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너무나 익숙해 있는 나에게 그날 저녁 그의 오페라는 다소 생소했지만, 19세기말에 러시아에서 군림했던 자들의 사치함과 그리고 눌렸던 자들의 고뇌와 억압을 눈치채도록 슬쩍 삽입시킨 장면 등을 오늘날 세계 최고의 평등사회인 덴마크 무대에서 보는 아이러니도 재미있었다.
 
공연은 오후 6시에 시작되고 오페라관장의 스피치와 뷔페, 막간시간까지 모두 합해서 밤 10시쯤 끝이 났다. 내상식으로는 오페라는 좀 느지막한 시간에 시작해서 자정쯤 끝나는 것으로 돼 있어 좀 얼떨떨하기는 했지만, 곧 낮 시간이 짧은 북구에 와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속  글 / 2023.04.15 - [유럽] -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 덴마크 ( 2 )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 덴마크 ( 2 )

코펜하겐의 오페라 하우스, 덴마크 ( 2 ) (Nabucco , 베르디 작곡의 오페라 제명. 고대 바빌론 왕 네부카드네자르(Nebuchadnezzar)의 이탈리아 철자 ‘나부코도노소르’의 약칭)는 베르디의 최초의 성공

daainn.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