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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50

베를린 필하모니,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독일 5월 1일과 12월 24일만 문을 닫고 연중 필하모니 방문이 가능하다는 것은 읽어서 알고 있다. 사진이나 책에서만 보아오던 그곳에서 명연주가들의 생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행복하기만 했다. 나의 체류기간은 해가 짧은 겨울이었고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라 온도시는 벌써 어둠이 짙게 묻어 있었다. 선명하지 않은 것 같은 물체들의 진열들이 이 고도의 풍경과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라틴계의 풍채가 크지 않은 불란서 사람들 틈에 익숙해 있던 나는 우선 독일인들의 큼직큼직한 모습에 또 다른 이국을 느껴야 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다음날부터 시작할 관광일정을 짜고 예약이 필요한 것은 미리 표시해 두었다. 우선 시내 약도를 한 장 얻어서 방향감각을 익히고 꼭 .. 2024. 12. 17.
빠리 오페라 극장, 프랑스 빠리 오페라 극장, 프랑스 아주 오래전 어느 겨울 일이다. 나는 대학 기숙사의 외국학생들과 함께 사감 인솔 하에 5프랑짜리 새둥지 같은 학생좌석 꼭대기에 앉아 작은 가슴을 두근거리며 "백조의 호수"를 구경한 적이 있다. 그때가 나의 최초의 오페라 극장 출입이었다.내 딴에는 꽤 성장했고 분과 입술연지도 곱게 발랐다. 그런데 롱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어깨가 반쯤이나 파인 옷을 입고 쓱쓱 지나가는 그 넓은 층층계를 오르는 순간 나는 삽시간에 촌닭이었음을 강하게 느꼈던것 같다. 그 날 내 옆의 태국친구는 그 높고 화려했던 천정을, 일본서 온 K는 로열박스에서 왕녀처럼 꾸미고 망원경을 들고 있던 여자들과 이 삼 세기 전 궁중기사처럼 우아한 동작을 하고 있는 남자들을 보느라고 정신을 빼앗겼는가 하면, 한 미국아가씨.. 2024. 12. 5.
스칼라의 얼굴들, 밀라노 이태리 스칼라의 얼굴들나에게 그해 1년 동안의 빠리 체류는 더없이 풍성한 축복의 한해였다. 떠나기 전에 나는 많은 계획을 세웠고, 욕심껏 살리라고 마음먹었다. 막상 일 년을 지나고 보니, 그렇게 만족할만한 연구는 해낸 것 같지 않으나 평소 때 늘 즐겨하던 좋은 음악무대와 음악가들의 공간을 두루 찾아본 것들이 연구생활 외의 큰 소득으로 남은 것 같다.많은 시간을 통해 유럽의 중요한 오페라를 감상했던 날들은 나에게 지금도 보석처럼 빛나며,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랑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페라 시즌에 들어서면서 가수들과 연출가들에 관한 각종 정보를 읽어보고 가고 싶은 오페라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날짜를 정하는 일, 표를 사는 일, 누구와 더불어..., 의복을 선택하는 일 등등 모두가 출렁이는 물결처럼 내 .. 2024. 11. 15.
유럽 노천 시장 풍경/ 바젤, 스위스 유럽 노천 시장 풍경/ 바젤, 스위스 오늘 아침 뉴스는 수십 년 만에 닥치는 혹한이라고 했다. 바젤은 들를 때마다 번번이 시간이 없거나 너무 지쳤거나 덥거나 하여 그냥 지나쳐 버린 곳이 많다. 오늘도 눈이 온 뒤이고 날씨가 이만저만한 추위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내가 꼭 보고 싶은 것들이 있기에 가지고 온 옷을 있는 대로 다 끼어 입고 호텔을 나섰다. 내가 묵고 있는 유럽호텔이란 곳은 라인 강으로 나누어져 있는 '작은 시가지'에 속해 있었다. 5분쯤 걸어서 아름다운 라인교(Mittlere Rheinbrücke)를 지나서 '큰 시가지'로 들어섰다. 약도를 보니 평지이고 볼만한 것들이 모두 걸어서 다닐 만한 거리에 있어 주어 다행이었다. 바젤의 매력은 자동차로 10분만 동북쪽으로 가면 독일이 있고, 10분만 서.. 2024. 10. 31.
영국령 져지 섬의 침묵 영국령 져지 섬의 침묵 져지 섬 (jersey island)에 가 본 한국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곳이 우리말로 소개된 적도 없고, 그렇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곳도 아니다. 거기에 가려면 빠리나 런던을 관광하는 사람들이 다시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야 하는 교통상의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프랑스 서쪽 땅에서 20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니 영국보다 프랑스에 훨씬 더 가까운 영국 영토이다. 얼마 전 가고 싶어 했던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다. 런던에서 그곳까지는 경비행기로 40분 정도 걸렸다. 비행장에 내리자 소개 책자를 열심히 읽어 대강 감을 잡고 있었던 나는 곧장 해변의 그랜드 호텔이란 곳에 짐을 풀었다. 이 섬은 '영국의 제주도'격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지만 은.. 2024. 10. 15.
게르만의 본류 뮌헨에서, 독일 게르만의 본류 뮌헨에서, 독일 뮌헨으로 가는 기분이란 1930년대 격동기 속의 뉴욕으로 망명생활을 했던 레마르크나 토마스 만의 집과 요절한 노총각 카프카의 성체로 들어가는 듯했다. 오렌지, 올리브, 암산의 산들이 많은 라틴의 풍경이 이미 아니다. 위로 봐도 아래로 봐도 푸르다. 태양은 이제 드러내기를 꺼려하고 신비롭게 얼굴을 감추고 있다. "어느 시대나 독일은 로마에 항의했다. 시저와 교황의 로마, 그리고 나폴레옹이라고 불렸던 최후의 황제에게. 1914년에 독일은 라틴적인 이상주의와 라틴적인 해체에 대해서도 반란을 이르켰다. 왜냐하면 게르마니즘이란 문화, 영혼이며 자유요, 예술이지 문명과 사회, 투표권과 문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은 명확한 생각, 이성적, 율법적인 형식, 법전적, 응고된 덕(德)을 필.. 2024. 10. 2.
덴마크의 여성 덴마크의 여성 덴마크의 바이킹들은 사사로운 해적이 아니라 군왕의 보호를 받고 있었던 그 나라의 해군 격이었다. 그래서 바이킹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긍지로 되어 있다. 바이킹들이 서부 유럽 해안을 누비고 북아프리카 까지 내려간 시대가 있었고, 여러 가지 일화도 많다.내가 알고 있는 한 아름다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어느 날 북아프리카의 한 왕이 침략자인 덴마크 바이킹의 미녀를 사랑하게 되어 아내로 맞아들였다. 비록 그녀는 왕비가 되어 호의호식하게 되었으나 백설이 없는 더운 궁중에서 자주 두 눈을 적시며 고향산천을 몹시 그리워했다. 이유를 알게 된 왕은 아름다운 보석과 비단을 선물하고 가무를 곁들여 잔치를 열어 왕비를 즐겁게 하기에 갖은 애를 썼으나, 효험이 없게 되자 궁리 끝에 봄이면 눈과 같이 .. 2024. 9. 24.
까뮈의 무덤, 루마랭 프랑스 까뮈의 무덤, 루마랭 프랑스 모든 어린애들의 탄생의 장소가 어머니의 뱃속이었던 것처럼 무덤은 모든 인간의 마지막 고향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는 언제나 많은 이야기와 이미지들로 가득 찬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인간 고향'에는 그리워지는 얼굴들이, 사건들이 있어 주지 않아 쓸쓸하고 슬프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그곳을 꼭 가야 하며 조상들의 묘를 정성껏 돌보는 습관이 있다. 그 행위는 내 외로울 무덤도 후손들이 잘 보살펴 주기를 바라는 무언의 교육이고 부탁이 되기도 한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선인의 묘를 찾는 일이 가끔 있고 그 시간만은 적어도 숙연한 마음가짐으로 이루어진다. 서양 무덤과 한국 무덤은 그 형태가 너무나 달라서 그곳을 드나드는 느낌도 다르다. 흙과 잔디로 덮인 둥근 모양의 한국의 것.. 2024. 9. 10.
지중해의 자연주의자들 (2) 지중해의 자연주의자들 (2) 드디어 기가 막히게 어려웠던 그 오후 한나절이 끝나고 바다 한쪽이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뉴욕에서 오랫동안 계속했다는 수십 명의 나체들이 무대 위에서 "오! 칼캇타”의 공연을 끝내고 막이 내린 뒤돌아서는 나체 무용수들과 관객들의 기분도 이와 같은 것이었을까. 확실히 막이 내린 셈이다. 그때 밤의 고요는 물결 위에 어떤 무게가 되어 깔리고 멀리 범선들의 불빛, 하늘의 별과 더불어 종교적인 침묵과는 다른 감미로움과 우수가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지칠 대로 지쳐서 절벽 위에 세워진 식당 뽀낭 (Ponant) 테라스에 앉았을 때는 정신과 배가 다 고파 있었다. 도라가 시켰던 생선요리를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뽀낭의 위치는 밤이라 똑똑히 볼 수 없었으나 틀림없이 절경이라고 생각되었다.. 2024. 9. 4.
지중해의 자연주의자들 (1) 지중해의 자연주의자들 (1) 남불에 위치한 항만 뚜우롱, 르라방두, 이에르 (Toulon, Le Lavandou, Hyères)등 이런 곳에서 삼십 분 내지 한 시간 남짓하게 배로 미끄러져 가면 뽀끄롤 (Porquerolles), 뽀크로와, 러방, 그림 같은 섬 세 개가 가지런히 나타난다. 이미 이 섬에 여러 번 가 본 적이 있다. 뙤약볕이 내리던 여름날, 아프리카 토인처럼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 다닌 적이 있다. 겨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이미 막이 내렸을 섬(島) 뽀끄롤이 왠지 몹시 보고 싶었다. 헝커러진 실이 풀리지 않는 듯 세상살이를 피해서라든지 혹은 문학적인 성찰을 위해서라든가 하는 그런 어떤 의미를 주지 않고 내가 잘 알고 여름이면 허물없이 터놓고 사는 친구 집에 가듯이.. 2024. 9. 1.
유럽 4개국 종단 캠핑 기행 유럽 4개국 종단 캠핑 기행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태리)프랑스에 체류한 지 수년째 되던 어느 초여름 유월이었다. 유월에 들어서면 온 유럽은 대 이동 (移動)의 계절을 맞게 된다. 너 나할 것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큰 슈퍼마켓 앞 광장에는 야영 텐트가 크고 작은 것으로부터 형형색색으로 즐비하게 전시되고 옥내 (屋內)에도 바캉스 도구들로 꽉 차 있다. 슈퍼마켓 내 가끔 무더기로 물건을 재어놓고 세일 선전문이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었고 한국산 제품도 가끔 눈에 띄었다.우리가 남불 엑스에서 이동하여 노숙을 같이 할 식구는 네 명이었다. 5인용 텐트하나와 한국산 운동화 한 켤레를 샀다. 난생처음으로 떠나는 야영 생활이라 별의별 걱정을 다 하고 있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무지(無知)한 사람.. 2024. 8. 10.
죠르쥬 뽕삐두 센터, 빠리 프랑스 죠르쥬 뽕삐두 센터, 빠리 프랑스걸어 다니는 것만큼 한 도시의 진상을 찾아내기에 좋은 방법은 없다. 발 닿는 대로 걸어 다니면 그 도시의 내면세계는 서서히 어떤 것을 통해서든지 외부로 그 정체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수백만 인구가 몰려 있는 큰 도시이기는 하나 빠리만은 어느 구역 에서든지 기분 좋게 산보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도시 전체의 지하 건설 개발로서 세계에 자랑하는 편리한 지하철과, 기능면에서 가장 우수한 하수구가 있으며, 지상 건물들은 미적(美的) 측면에서 타 도시의 추종을 불허한다.빠리를 들르는 사람들에게 시간만 허락한다면 걸어서 다니라고 나는 항상 권한다. 빠리는 걸어 다녀야 한다. 남녀 한 쌍이 되어 여유 있게 걸어 다니면 더욱 낭만적인 거리들이다. 쎄느 강변의 젊은 연인들, 6-70을 .. 2024.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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