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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덴마크의 여성

by 이다인 2024.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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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여성

 
덴마크의 바이킹들은 사사로운 해적이 아니라 군왕의 보호를 받고 있었던 그 나라의 해군 격이었다. 그래서 바이킹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긍지로 되어 있다. 바이킹들이 서부 유럽 해안을 누비고 북아프리카 까지 내려간 시대가 있었고, 여러 가지 일화도 많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아름다운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어느 날 북아프리카의 한 왕이 침략자인 덴마크 바이킹의 미녀를 사랑하게 되어 아내로 맞아들였다. 비록 그녀는 왕비가 되어 호의호식하게 되었으나 백설이 없는 더운 궁중에서 자주 두 눈을 적시며 고향산천을 몹시 그리워했다.
 
이유를 알게 된 왕은 아름다운 보석과 비단을 선물하고 가무를 곁들여 잔치를 열어 왕비를 즐겁게 하기에 갖은 애를 썼으나, 효험이 없게 되자 궁리 끝에 봄이면 눈과 같이 하얀 꽃을 피우는 아몬드 나무를 온 나라에 심게 하여 백설이 덮인 것 같은 하얀 궁중을 만들어 부인을 위로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덴마크 여성의 미모가 빼어났다고 할 때 사용하는 유럽인들의 아몬드 설화이다.

태양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금발에 물빛같이 투명하고도 파아란 두 눈, 균형 잡힌 몸매, 우유빛 같은 피부를 가진 잉어라고 부르는 덴마크 여대생 한 사람을 5년 전에 처음 알았을 때, 정신 빠진 사람처럼 감탄을 한 생생한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이럴때 쓸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나는 덴마크 여성들의 신체적인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런 미녀들이 많은 나라에 태어난 남자 또한 운이 좋다.

내가 코펜하겐 역에 도착했던 것이 이 새벽이어서 그렇지만 운무(雲霧)에 젖은 듯한 희미한 회색빛으로 주변은 감싸여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표정이나 얼굴은 똑똑히 보이지도 않고 꿈속에서 만나는 어떤 환영의 사람이나 실루엣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빛이 여린 북구의 첫 도시 인상이다.
 
보도 위에 몇 줄기 광선이 불그스레 던저질 때 키에르케고르, 햄릿, 안데르센, 모차르트의 젊은 부인... 이런 이름들이 내 머릿속에 몰려오면서 나는 아침 식사를 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들을 생각하면서 마치 매일 산책했던 익숙한 길에서처럼 포장된 도로 위를 한참  걸었다.

하나같이 그들의 얘기는 고독, 우수, 환상, 깨져 버린 사랑... 이런 껍질 속에 쌓여 있다. 걸어서 다니기를 즐기는 나그네에게는 한 도시의 구가를 보는 것이 유익하다. Lavendelstraede 로 들어선다. 아니나 다를까 200년 전에 지었다는 전형적인 덴마크의 작은 가게들과 사가(家)들이 수줍은 처녀들처럼 함께 몰려 앉아 있다.

나는 크고 화려한 궁전이나 성들 앞에서는 언제나 놀라움과 감탄으로 역사의 뒤안길을 생각하나 이런 고옥에서는 마치 어릴 때 할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던 고향집의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하룻 밤쯤 지붕 및 방에서라도 잠을 청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Hestemollestraede 모퉁이 집이 바로 모차르트의 젊은 미망인이 덴마크 외교관인, 재혼한 남편과 같이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아마데우스) 영화를 보면서 대 천재를 이해하는 안목이 짧은 철 없는 부인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던 생각이 되살아온다. 덴마크라고 하면 그 어떤 미녀보다 널리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인어(人魚) 아가씨를 생각해야 한다.
 

안데르센 동상


1964년 4월 14일 신문은 덴마크의 온 국민을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51살까지 핀란드 섬 동쪽 하단에서 북해와 발트해의 출렁이는 파도의 길목, 한 바위 위에 앉아 있던 청동 인어 아가씨의 머리가 밤새 없어져 버렸다. 다행히 원형들을 보관하고 있어서 다시 조각해 붙였지만, 그때 온 국민들은 마치 공주나 여왕 같은 귀한 생명이 수난당한 만큼이나 슬퍼했다고 하니, 그것은 바로 안데르센에 대한 사랑이었다고 한다.

옥외에 세워진 예술품들이 짓궂고 나쁜 사람들에 의해서 수난을 받게 되면 시 행정인들은 골치를 앓게 된다. 프랑스 마르세이유 항구에서도 해변가에 세워진 다비드 동상의 하체 부분이 고독한 정신질환자 들에 의해서 자주 파괴되어 보수 공사 비용 문제로 걱정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리니 부둣가 말쑥한 해변 도로를 산보하면 머리가 재생된 인어 아가씨가 아직도 왕자의 사랑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눈빛으로 호수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참으로 환상과 우수를 자아내는 조각이다.

시내에 들어오면서 이상하게 울적해진 마음을 안고 여기서 가장 이탈리아적인 장소로 보이는 Christiansborg 대리석 교각을 걸어 본다. 중천에 강렬한 태양만 떠올라 준다면 영락없이 그곳은 베니스의 교각이다. 바로 근처에는 또 머플러, 솔, 앞치마를 두르고 생선 한 마리를 쥐고 있는 'Fisherkone(생선 파는 여자)'라는 아주 인상적인 동상이 하나 있다.

여기서 덴마크 여성들의 소박한 생활과 전혀 가공되지 않은 이곳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상해 보는 것도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다. 배를 타고 멀리 안데르센 고향을 찾아간다든지 넉넉한 시간으로 바이킹 시대의 고성들을 찾아 나설 만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코펜하겐 시의 자랑인 티볼리(Tivoli, 서울의 창경궁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의 꽃구경을 잊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낮이면 수천 개의 생화(生花)들이 만발해 있고, 밤이면 11만 개나 되는 백열등이 나무와 오솔길에 박혀 밤꽃을 이루니 밤과 낮은 꽃으로 감싸인 장소다. 연간 수백만 명 이상의 방문객으로 성시를 이룬다니 덴마크 인이 얼마나 사랑하는 공간인지 과히 짐작이 간다.

티볼리 공원


물 위에 떠 있는 여러 식당들은 형형색색 꽃으로 쌓여 마치여러 개의 꽃바구니가 호수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그 여러 식당 중에서도 4층으로 된 파고다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고 중앙에서 군림하는 자세로 건축되어 있었다. 일단 그날의 식사는 거기로 정했다. 생선 요리 가 그럴듯하게 나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키가 크고 검정 나비 넥타이와 웨이터복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무뚝뚝한 남자가 웃음을 띄우고 서비스를 했지만 얼굴에 걸맞게 비치지 않아 서운했다.

내 집에 온 손님을 서운하게 하는 것은 이유야 어쨌든 동서고금을 통해서 좋은 것이 못 된다. 남을 배려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높은 값이고 멋이 된다. 역시 덴마크의 가치는 그 나라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있는 것 같았다.
 
 


 
 

코펜하겐의 청동조각 인어아가씨
코펜하겐의 청동조각 인어아가씨

 

덴마크 여성 1
덴마크 여성1

 

덴마크 여성 2
덴마크 여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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