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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세이50

무녀 (巫女) 무녀 (巫女)                       이   다인권해 주는 그대 없어 오늘밤 술잔 못 비웠네.언제는술이 좋아 나 취했나그대 좋아 술 마셨지.영혼들이 걸어가는 旅路에는 빗물에도 취하고 바람에도 취한다.그 어느 巫女도필연코 내밀이 자라서 하늘에 치솟고눈물과 웃음이 뒤범벅되던 날 급자기 소리가 푸념되어몸이 풀렸고 취하다가 취하다가신이 붙은 그녀,하늘을 맨발로 드나든다 땅을 난다바람을 몰고 온다그 안에서 선다하얀 춤을 춘다취하고눕는다또 취하고. 2024. 12. 15.
晚秋 晚秋                          이 다인 발칙한 바람이쏟아놓은 플라타너스 마른 잎들이 걸레처럼 널린 포도 위에 만남이 어렵지만 헤어짐이 더 어려운지 떨며 부둥켜안고 아파하는 헐벗은 가지들, 그들의 한기가 내 피부로 옮아온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 수시로 몸져누우실 때 기어이 손수 다리시던 약탕관 앞에 서성거리던 아버님의 그 시간도 晚秋였나 보다.  내 일찍이 계절에민감했던 딸이었다면   面面 하게 고운 일력 엮어드리지 못한 恨으로 자책스러운 내 가을 맞지 않을걸 2024. 11. 26.
애인 애 인프랑스 소설을 여러 해 강의해 왔다. 많은 작품에서 남녀의 애정문제를 다루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가며, 주석을 달고 사회, 경제, 정치, 심리 등 여러 각도로 분석을 해보면 대개 소설에 나타나는 '사랑'은 일반적 또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특수 경우의 사건들로 메꾸어져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문학 교수가 정신과 의사, 사회학자가 되었다가 애정 문제 전문가가 되기도 하여 강의해야 할 때도 있다.불문학에서 꼬린느, 끌레브 부인, 레날 부인, 보바리 부인… 이런 여성 주인공들은 세상이 잘 아는 사랑의 챔피언들이다. 우리 독자들은 그들의 운명에 찬반론을 펴기도 하고, 동정·비판·박수로 애정을 퍼붓기도 한다. 대부분 애정물을 다룰 때는 누구나 재미있게 읽어나가고, 학교 공부를 착실히 하지 않는 학생들.. 2024. 11. 24.
음악회 음악회 음악회라는 말 한마디에는 행복한 시간, 우아한 공간, 향기로운 사람들, 그리고 후감이 좋은 정화된 감정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음악회장에 가는 시간만큼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지저분한 감정으로 어지러워졌을 때 혼자 혹은 정신이 우아한 사람과만 가는 것으로 정하였다. 일요일 예배 보러 가는 것과는 또 다른 경건함과 호젓한 즐거움이 있다. “신에게로 가는 길은 설교가 아니고 음악의 날개를 타고 간다"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확실히 음악은 아름다운 심성으로 가는 길로 인도하는 것 같다. 우리는 유성기 시대, S.P. 레코드, L.P. 레코드 시대를 거쳐 CD 레코드와 On Line 시대에 까지 와 있다. 그러니 나의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음악 감상하는 방편의 변화란 엄청난 것이다. .. 2024. 11. 12.
가을에 남거라 가을에  남거라                        이 다인마지막 잎새 위에별이 하나 얹히는 저녁모두 부산하게 떠나버린 빈자리에윤기 없는 말이 詩에 와서 박힌다. 시간은 부석부석 부서질 듯내동댕이 쳐있고마지막 믿음인 채깡마른 언어만 깨어있다. 풀벌레소리는 여름솥에 삶겼는지 물끼도 없이 가버린노래 노래詩여,그래도 너는 남거라 현란한 여름제에묻어가지 말고가을에 남거라 가을에 남거라. 2024. 11. 8.
가을 가을                          이 다인빛바랜 행복을 걸치고 비스듬이 누워있는 뜰에 코스모스가 지나가는  구름보고 흔들어 낸다  지붕위에 널린  고추광주리 손보시는  조모님의 흰머리 털도  하늘을 보고 흔들거린다  아우여, 빗장을 삐꺽거리는 바람사이로 당도하는 계절을  쓰다달다 말고  공손하게 맞자 어느 시절인들찾아 온귀객 아니냐 2024. 10. 5.
거부된 시간 거부된 시간                                     이 다인   광음의 속도로 밀려든 순간 앞에 나는 장황한 설명을 잃었다.  엄청나게 큰 율동이 일 때 수난을 같이한 풍경이라  예감했지만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정교한 아름다움 앞에  눈부신 파국을 연상한다.  목련을 피우지 못할 질서라면  상금도 빛을 거두자,  때늦은 체념이라도  긴 여정에는 늦지 않다.  속살 속에 자라온  서럽도록 투명한 예지가 마음에 담겨진 선율을  눈썹 밖으로 흘러 보낸다.  햇빛이 날라 주는 그 뜨거운 위로도 잘려진 시간 위에  엉거주춤 서 있다. 2024. 9. 18.
그해 여름 그해 여름그해 여름 나는 프랑스에서 큰 수술을 받고 한더위 속의 7월 한 달을 그곳의 시골 요양원에서 보낸 적이 있다. 6월 초에 수술을 받고 3주일 동안이나 입원을 했기 때문에 거의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도 수술담당 의사는 퇴원증을 떼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요양원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서를 써 주었다. 그래서 나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난생 처음 요양원이란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물론 비용은 대학 보험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그 요양원은 정원이 넓고 숲에 둘러싸여 있으며 원두막 같은 휴식장소도 있는 환경이 좋은 곳이었지만, 한 달간을 허약자나 비정상인들과 지내려니 다소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 1백 개의 침대와 거의 완벽한 부대시설, 그리고 의료진들이.. 2024. 8. 17.
어머님의 새벽 어머님의 새벽 이 다인 수줍고 조심스러워 한입 담고도 열지 못하던 연꽃 말씀을 첫닭이 울 때마다 默讀 하시던 어머님 동남을 향하여 합장하실 때는 인도의 열풍인듯 보리수 향인듯 치마폭 자욱이 안개되어 묻어오르는 새벽이여, 치마끈 여미시고 이윽고 音讀으로 그 말씀 목을 놓고 엮어내며는 파리약에 취한듯 백팔번뇌가 탈기하여 뒷걸음질하는 새벽이여, 보라색 五更 자비를 품으시고 영혼의 앙금을 걷어 내시는 어머님의 새벽이여. 2024. 8. 3.
詩, 너는... 詩, 너는...                          이 다인詩, 너는 인생 한복판에자리 잡고 있어싫고 밉고 아픈 것을 피해 가는요령을 거부한다기에이것도 참고 저것도 참고,참아 참아 지내건만이것아,너 까다로운 성질에마음 잘날 없구나거기다가품위와 향기를 고집하니詩心을 파는 일꾼들은핏기 마른 얼굴이 저기서도 신음하고여기서도 한숨 지운다목마르고 허기진 사람세월에 칭칭 감겨가슴 조이다가너 진면목 보지 못한 사람한으로 떠나보내련가. 2024. 7. 7.
囚人 (수인) 囚人 (수인) 이 다인 獄門은 둔탁하게 닫혀 버렸다. 누군가 내뿜은 한숨 뒤에도 별들은 총총히 밀어를 준비하고 坑道와 감방을 드나든다는 바람만은 늙은 전옥처럼 도도한 걸음을 하고 노후한 벽 넘어 귀에 익은 마른기침소리 뼈에 부딪쳐 메아리 되어 돌아가는 저문 길에 나는 속죄받은 囚人인가. 2024. 6. 15.
프랑스의 노천 문화 예술 프랑스의 노천 문화 예술프랑스에 여름이 오면 세계 문화 예술의 센터인 파리를 익히려고 세계의 지식인들 예술인들 혹은 관광객들이 거금을 들여서 몰려온다. 오페라가(街)나 샹젤리제에는 돈 많은 석유국 부호나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온 영어군(群)이 많아 외국 말이 상점마다 귀에 들린다. 그러나 이구동성으로 그들은 실망하며 여름에 온 것을 후회한다.라틴 쿼터(學生街)에는 흰·노란·검은 젊음들이 어학 코스를 밟으며, 카페마다 우글거리고, 프랑스를 배우고 있으나 이들도 철새처럼 파리를 떠나 버린 프랑스 일선 예술가들을 알현(?) 하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 투덜거린다.그렇다. 본격적인 파리의 문화 활동은 랑트레(신학기 시작)부터다. 9월이 되면 모든 학교가 문이 열리면서 어수선해지고, 10월이 되면서 정상적인 리듬이 .. 2024.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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