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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세이51

詩여 詩여 이 다인 말(言)을 찍어내어 환부(患部)에 바르고 바래진 벽지 위에 다시 붙여 보고 가위로 오렸다가 풀로 붙였다가 어제는 시간 위에 풍선처럼 날려 보냈다. 햇빛이 이만큼 다가오면 문득 아련히 빨래줄에 다시 와서 하얗게 널려 너풀거리는 너. 나는 무지개 피는 물을 한 입 품어대며 다시 손질하는 李朝여인이 되는 것도 감내한다. 풀을 먹여 다듬이질 다리미질 쉬지 않고 두 팔을 놀려도 이젠 줄지도 늘지도 않겠다고 베틀 위에 도도하게 앉아 저렇게 버티니 너 정체 몰라 정말 답답하다. 혹시 너 다루기 힘든 막무가내 사내는 아니던지… 분명코 뮤우즈는 여자였는데. 2023. 5. 19.
지중해 순례 5 지중해 순례 5 - 마르세이유 에서 이 다인 푸른 청바지 구리빛 사내들이 성큼성큼 걸으며 콧전에 소금냄새 날아 줄 때는 여기는 인천항 부산항. 번쩍 정신이 들고 나면 산채 같은 여객선에 태극은 비켜서고 靑白赤 깃발 너풀거리는 南佛의 항도 하나쯤 보여도 좋으련만 득실대는 낯설은 얼굴, 얼굴들 …… 2023. 4. 21.
지중해 순례 4 지중해 순례 4 - 칸느에서 이 다인 푸른 저녁 불러 모아 격조 높은 詩를 읊던 맑은 바람 한 줄기. 너를 마셔 부픈 처녀가슴, 시작도 종말도 없는 설래임이여. 2023. 4. 21.
봄 이 다인 새벽마다 눈뜨는 소리 흙의 몸짓 목피(木皮)마다 터져 나오는 붉은 숨결 화신(花信)을 나르느라 바쁜 사람 무지개 빛을 감고 산마루를 넘어오는 아지랑이 눈부시도록 요란함에 못마땅한 잔설은 「누가 오시기에 이리도 부산을 떠나」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고 토라져 가버린 겨울새 그리움이 눈물 되어 고이면 사방에서 꽃가마 둥실둥실 창에 와서 기웃거리네. 2023. 4. 20.
지중해 순례 3 지중해 순례 3 - 니스에서 이 다인 오랫만에 지나치는 바람을 불러세워 그대 만난 듯 주고 받건만 대응하는 소리없다. 지중해를 떠나는 바람과 가즈런히 경쾌하게 미끄러지는 돛배들이 전에 없이 야속하다. 2023. 4. 20.
지중해 순례 2 지중해 순례 2 - 엘바섬에서 이 다인 너 화사한 어머니 지중해 품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는 양은 현란하지 않아 좋았던 여인 무식하지 않아 향기롭던 여인 비정하지 않아 따뜻하던 여인 옥좌에서 버려진 그 남자도 그래서 너 품에서 쉬어갔는가 먼 길 찾아와 小路를 밟고 와서 저만큼 부서져 내리는 햇빛 은빛 비늘되어 깔리면 日月의 뒤안길은 숨어서 쉬고 무풍쾌청 엘바 너는 쪽빛 치마 입은 美女 되는구나. 2023. 4. 20.
지중해 순례 1 지중해 순례 1 (地中海 巡禮) -그리스에서 이 다인 구겨졌던 시간 다시 펴낸위에 일광욕을 즐기는 그리스는 반쯤 태운 몸체 회암석 반점되어 졸고있다. 접어둔 옛 싸움터 숨가빴던 슬픔들이 두루마리 서한되여 잔잔하게 읽어 내리는 에게에의 낭송에 감동으로 떨고 있는 나는 신라로 답송할까 백제로 답송할까 신전의 층계를 지나가는 오렌지 향기 여울에 눈을 뜨는 폐허여, 이마의 돋은 땀을 딱고 설친 잠을 또 한차례 청하려는가. 연륜을 업고 섰는 암산의 감람나무는 추억하는 일도 서둘지않고 담담히 살아넘긴다 신라의 석불처럼. 널려진 돌잔치에 초대된 나 위해 詩를 풀고 춤을 풀고 웅변을 토하는구나 2023. 4. 20.
백 항아리 백 항아리 이 다인 헛배 부른 石女 입이 커서 목마르다 色이 없어 외롭다. 채워지지 않는 배를 안고도 수심을 외면한다 2023. 4. 20.
문 (門) 문 (門) 문이 언제부터 이 세상에 존재했을까.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인간들의 삶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생겼으리라고 믿는다. 문이 없는 인간 생활이 있었던가? 그러고 보면 문이란 인간만이 지닌 것이다. 새들은 둥지가 있으나 문이 없고, 야수들도 은신처가 있으나 문은 없다. 인간 이외에 문이 있는 삶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인생과 더불어 있어 주는 문, 그것은 보호와 휴식, 평화, 희망, 기쁨과 슬픔, 질투와 인고, 꿈과 명상, 좌절, 그리고 너와 나 이 모든 것들이 만나고 오가는 그런 공간이다. 거적문, 싸리문, 대문, 수문, 옥문, 성문, 관문, 입학문, 좁은문, 지옥문 등 그 크기, 형태, 용도, 상상, 가치는 실로 다양하다. 종족과 문화, 문명을 떠나서 어디서나 존재하는 문, 그것은 무엇을 .. 2023. 4. 18.
다리 다리 나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물 위에 다리가 걸려있는 풍경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다리에 대한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나는 가끔은 서울이 좋아진다. 어린애처럼 단순한 이유에서다. 출렁이는 한강에 다리가 많이 걸려 있어서 좋다. “물 위에 있지 않는 나라를 보셨습니까? 흐르는 물, 푸른 물, 물기가 없는 곳에 있는 다리는 이미 다리가 아닙니다. 오작교도 무지개도 천공이란 바다에 전설의 다리랍니다. 동서바다의 다리로는 선비들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과 머리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샘솟습니다. 메마르지 않습니다. 화예를 도우는 깨끗한 습지입니다. 메마른 곳에서는 한 포기 풀도 자랄 수 없습니다. 다리가 있는 곳은 주고받는 왕래가 있는 삶이 있는 곳입니다. 예술은 영(靈)의 다리고 .. 2023. 3. 31.
축제의 음료, 술 축제의 음료, 술 나는 술을 잘 마실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예쁜 술병을 좋아한다. 술의 여러 빛깔을 좋아한다. 우아한 만찬시간에 술이 곁들인 상을 좋아한다. 술에 적당히 취해서 멋진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말꾼을 좋아한다. 술에 취해 있으면서도 숙녀들에게 예의를 지키려고 애쓰는 남자에게 호감이 간다. 배우는 것은 모두 젊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 실감 난다. 나는 일찍이 술 마시는 것을 배우지 못해 지금도 술을 잘 마실 줄은 모르나 술 분위기는 누구보다 좋아한다. 우아한 술자리와 멋진 사람들이 마음을 활짝 열고 멋진 대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초대는 즐겁다. 술에 대한 역사나 존재가치 유무에 대한 진단을 떠나 술이 정도를 지나치면 인체에 해롭고 술을 과하게 마시면 인간이 추태를 부리고 마침내는 많은 불행.. 2023. 3. 16.
그림은 나의 개인 언어 그림은 나의 개인 언어 미술은 나에게 꾸밈없이, 순수하게 나 자신 그대로를, 독특한 분위기를 통해 표출하며 나 자신의 미적 감성 세계를 탐구하며, 인간적 유대를 향해 끊임없는 정직한 대화를 추구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생리적으로 예술을 사랑한다.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바로 나의 생활이다. 그림을 그리다가 나의 재능에 대한 한계점을 느끼면 씁쓸한 불행감을 맛보기도 하지만 화폭에 나 스스로가 완전히 몰입되면 그지없이 행복감을 느낀다. 음악, 시, 그림, 이런 것들은 서로 ‘국경’이 분명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무경계 상태이며 서로 상부상조한다. 가령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듣고 있으면 북구의 백야를 그리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되고 설경의 시를 노래하고 싶어 진..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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