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세계 문화 예술 기행
  • 세계 문화 예술 기행
  • 셰계 문화 예술 기행
반응형

詩·에세이51

몽마르트 언덕묘지 몽마르트 언덕 묘지                          이 다인  자정은석관을 열고 빠져나온무덤의 뼈들이  축제를 벌이는 시간이다.엘리제궁에 벌어지는 어전 파티나샹젤리제 구석구석화려한 주연에는사람값, 옷감, 나잇값 술값...값이 매겨져 있어틀렸다 틀렸어.싸크래꾀르성당앞 언덕 묘지에밤마다 열리는뼈들의 축제에 가보라.무대도 없이  박수도 없이덩실덩실 뼈들이 춤춘다.하얀 잔을 서로 권한다 독이 없는 술을 마신다 팡테옹의 위고도 와서 한마디 페르라세즈의 뮈쎄도 한가락 낯익은 목소리들이  정감을 자아내던 멋쟁이들이 옳고 그럴 것도 없이 이기고 질 것도 없이  한바탕 살고 있는 뼈들의 잔치에 한 번쯤 가보라. 2023. 10. 8.
편지 편지 이 다인 전화 전보가 진을 치고 있는 콘크리트 숲 속에서 우리는 詩를 빼앗겼다 합성수지같이 편리하고 더러운 목숨같이 질긴 통화는 마침내 비단 같은 말(言)을 밀어재꼈다. 편지 쓸 줄 모르는 식자들이 우글거리는 도심 고지서 선진 인쇄물만 수두룩한 빈 우편함을 동지섣달까지 원망하다가 외로워 죽어 가는 女心 하나 저기 모퉁이 전봇대 아래 가슴을 토하며 쓰러져가네. 2023. 10. 2.
룩상부르그 공원 룩상부르그 공원 - 파리에서 이 다인 문득문득 공원을 가로질러가는 무례한 바람을 피해 초췌한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석양이 마지막 뿌리는 황금빛 소낙비를 맞으며 동상처럼 움직이지 않는 오후, 유모차 옆에 놓고 뜨개질하던 젊은 부인 일손을 멈추고 잔디 위에 개구쟁이 "엄마, 왜 나무는 커피를 마시지 않아요?" 물어오는 아들에게 답을 찾느라 궁색해진 홍조의 얼굴, 유모차 꼬마는 젖병을 대령시키라고 불호령 하고 있다. 이 거리 저 거리 발을 닿고 돌고 돌다가 청춘의 가장자리에서 밀려나버린 검은 머리 노란 얼굴 빈틈없이 국적을 찍어 넣고 룩상부르그공원을 걸어간다 서울의 능들을 그리며 걸어간다 장충단 공원에 떨어지고 있을 낙엽을 들으며 걸어간다. 2023. 9. 1.
여름 물 음악 여름 물 음악 사계 어느 계절이든 그 맛과 멋이 있다. 또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선호의 순위가 다를 수 있다. 누가 나에게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여름이라고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나는 어릴 적 유치원에 들어가서 오랜 기간 동안 학교와 인연을 이어 왔었기 때문에 방학이란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의 과거 많은 즐거운 일들이, 행복했던 시간들이 방학동안에 있었고 그것도 여름방학에 더 많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어나거나 또는 조용한 시간에 문득문득 방학 때 즐거운 일들이 생각나서 혼자 미소를 지을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양학계 (西洋學界)와 달라서 여름, 겨울 방학 두 개가 거의 똑같은 기간으로 길다. 교육계에 몸을 담고 있는.. 2023. 8. 24.
거리의 음악제 거리의 음악제 - 엑스 여름 음악제 이 다인 음악이 우리의 것일 수 있는 거리의 음악제는 단비처럼 내리는 소리의 은혜다. 음악이 왕실의 포근한 양탄자 위에서 왕족의 귀를 감미롭게 하고 음악이 독재자의 슬로건으로 밤낮 라디오의 단조로움으로 흐를 때 음악이 성당 컴컴한 천장으로만 치솟던 시대들은 민중은 울어야 했다. 숨결마저도 죽여야 했다. 발걸음도 멈추어야 했다. 음악이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은 우상의 不在 위에 아득하기만 하던 생명의 점화제다. 2023. 8. 3.
삶의 질 삶의 질 삶의 질이란 다분히 철학적인 명제이다. 그러므로 정치, 사회, 경제, 예술 등 모든 전문 분야와의 공동 작업으로 다루어져야 마땅할 것이다. 우선 질이란 양의 대칭 개념이면서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다. '삶의 질'이란 문제는 인간 역사가 시작되면서 동시에 생겼다고 믿는다. 인간 이외의 다른 어떤 동식물이 질을 갈망하고 운운한 적이 있었던가? 질을 따지고 갈망하는 것은 인간들만이 하는 일이다. 무엇이, 어디까지가 질적이고 또 질적이 아니라는 기준치도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우나 때로는 주관적으로, 때로는 상대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발에 채는 돌이나 다른 모든 사물, 또는 형이상학적 대상에 이르기까지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별되는데, 인간의 삶이 질적인 것과 .. 2023. 7. 25.
초원 초원 이 다인 초원은 이름모를 풀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長身拙夫의 거드름 피우는 이웃도 없이 희고 검은 노란 얼굴도 별수 없이 이곳에 오면 푸르게 푸르게만 닮아가며 산다. 대낮에 사람들이 놀고 간 자리에 짐승들이 배불리 먹고 간 자리에 피맺힌 아픔이 매달려도 땅속에 여물게 잡고 있는 손과 손이 藥손이 되어 북녁곰이 밤 사이에 위로해 주면 아침에 눈물 머금고 새살이 다시 시린듯 나오고 서로 넉넉한 초록눈으로 마주보며 산다. 어느 날 초원이 벗어버린 허물 위에는 외로운 영혼이 묻어 있지만 여물게 맺어진 인연들은 눈물도 감춘 채 인종하는 살점이 된다. 2023. 7. 8.
섬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말의 ‘섬’과 프랑스어의 ‘île’란 말을 대단히 좋아한다. 그것을 종이 위에 써 놓고 보면 더욱 애잔한 정이 간다. 흔히 표의 문자인 한문에서는 글자의 생김새와 그 뜻이 상통하는 경우가 많지만, 표음 문자에서는 사물의 모습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한글의 ‘섬’과 여성 명사인 프랑스어의 ‘île’은 우연히도 섬을 그대로 표상해 주는 것 같다. 거기다가 영어의 ‘island’나, 독어인 ‘Insel'처럼 복수 음절이 아닌 단음절인 것이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연유는 어쨌든 간에 '섬’과 ‘île’은 사물을 아주 잘 표상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대통령 이름이 ‘억쇠’, 대학 총장 이름이 ‘석두’라고 했을 때 그 이름과 직업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불일치감을 느끼게 된다... 2023. 7. 3.
저녁 저녁 이 다인 低音처럼 내려와서 검은 융단 되어 땅에 깔리는 너, 出他했던 탕아도 조용히 품어 안는 은총 초록색 되어 검푸르게 내리는 수직의 날 대낮의 헐떡임도 쓰다듬어 넘기는 너그러움이여, 마침내 숨소리도 크지 않게 여울여울 신비로운 휴식을 자아내며 마지막 신앙처럼 대지에 머무를 때 짐꾸러미도 없는 알몸으로 별 하나 내 가슴에 내려지네. 2023. 6. 26.
까뮈 묘지에서 까뮈 묘지에서                                 이 다인 홀로 있습니다라고 하는 자는이미 홀로가 아닙니다. 이미 외롭지 않습니다.홀로 있습니다  이 한 마디도허락되지 않는  이 루마랭 무덤 속의 사람은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2024.09.09 - [유럽] - 까뮈의 무덤, 루마랭 프랑스 까뮈의 무덤, 루마랭 프랑스까뮈의 무덤, 루마랭 프랑스 모든 어린애들의 탄생의 장소가 어머니의 뱃속이었던 것처럼 무덤은 모든 인간의 마지막 고향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는 언제나 많은 이야기와 이미지들로daainn.tistory.com 2023. 6. 15.
엑스의 이른봄 엑스의 이른봄                            이 다인  허물벗은 꾸르미라보에누런 태양이 누울 자리 찾던 날발돋움하는 여린 살갗어쩔 수 없이드러내놓고수시로 지나가는길손 앞에부끄러워몸을 비꼬는 이른 아침잠자던 石像들도부시시 눈을 뜨고불었던 젖가슴 풀어무지개를 엮어내니반라여상 앞에손뼉치는 흑인 아이웃음 한 입실 같은 미소짓는불란서 계집아이움푹한 두 손 모아분수대 물을 날라한 철 메말랐던목을 축이고 나면느긋하게너는 기지개 편다.  주) 엑스   :  이전 글 링크 / 2023.02.03 - [유럽] - 엑상 프로방스 (Aix-en- Provence), 프랑스 2023. 6. 2.
바다 바다 이 다인 " 바다는 오지않고 내가 꼭 가야 하나요 달도오고 해도오고 구름도 오는데 바다는 살아 움직이는데 꼭 나만 가야 하나요 " 바캉스 못 떠난 빈민가 불란서 흑인 아이가 내게 물어본다 " 바다는 오지않고 내가 가야 하나요 달도 오고 해도 오고 별도 오는데 바다는 오지않고 가야 하나요 " 2023. 5. 2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