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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50

오슬로의 비겔란 조각공원,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겔란 조각공원, 노르웨이노르웨이에 와서 비겔란 조각공원에 가 보지 않고 돌아가 버린 사람은 꼭 다시 갈 필요가 있다. 공원이 좋기로 유명하기는 런던과 파리가 좋다. 그러나 비겔란 공원은 그것들과는 다르다. 공원의 의미가 보건·미화·휴양·유락 이런 것에 있다면 거의 모든 점에서 완벽하고, 특히 미화면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무엇보다 비겔란이 좋았던 것은, 구스타브 비겔란(Gustav Vigeland,1869∼1943)이라는 전무후무할 것이라는 이 노르웨이의 대조각가를 알게 된 나의 감격과 기쁨이다. 오슬로 시 서쪽에 있는 거대한 이 공원에서는 즐기고 휴식하고 산책하는 행위 이외에 '행복한 몽상'에의 초대를 받게 된다.  생면부지인 예술가 비겔란을 상상하면서 나는 그가 어떻게 이 백야의 땅에.. 2024. 7. 1.
남불의 숨은 진주, 매그 미술관 / 프랑스 남불의 숨은 진주,  매그 미술관 / 프랑스하느님의 축복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 프랑스 땅이다. 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지중해와 알프스와 기름진 옥토가 있고,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파리가 있다. 어느 곳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세상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다.나는 부산에 가면 늘 프랑스의 꼬따쥐르(프랑스의 남쪽 남빛해안 지역)를 연상하게 된다. 그곳에 이르려면 파리에서 비행기로는 마르세이유까지 50분, TGV(떼제베) 기차로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마르세이유가 그렇게 자연적으로는 아름다운 도시는 아니지만 꼬따쥐르로 가는 관문이라고 보면 된다. 바로 니스(Nice)로 도착하는 방법도 있지만 꼬따쥐르는 영화제로 알려진 칸느, 카니발로 알려진 니스, 그레이스 켈리 왕비가 살던 몽.. 2024. 6. 19.
런던 문화 산책, 영국 ( 2 ) (feat. 대학도시 옥스퍼드와 켐브리지) 대학도시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뭐니 뭐니 해도 내가 겨냥한 장소는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 도시들이다. 얼른 보고 싶었다. 어느 영화에서 보던 것과 같이 지금도 대학을 둘러싸고 있는 수로(水路)에서 보트경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런던시에서 서북쪽으로 한 시간쯤 달려 옥스퍼드 시에 이르기 전에 시골 풍경 속에 있는 조그마한 교회 앞에서 내렸다. 처칠 경이 이 교회의 뒷마당에 누워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살아생전에 평화를 위해서 일했다는 것과 그림을 그렸고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 늘 나는 호감을 가졌다. 호감이니 사랑이니 우정이니 하는 것들은 곰곰이 생각하면 언제나 엉뚱한 동기에서 아주 조그마한 몸짓, 언어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A는 "안녕하십니까?", B는 "안.. 2024. 6. 9.
런던 문화 산책, 영국 ( 1 ) 유럽의 뉴욕, 런던 런던만 하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비하면 북쪽 나라이다. 수십 년에 걸친 학교생활에서 배운 영국에 대한 지식을 실제로 내 눈으로 보고 내 몸으로 느낀다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며 내가 바라던 기회이다. 도버 해협을 건너자 곧 기차로 런던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누구와 더불어가 아니라 혼자만의 자유로운 여행이다. 역 근처에서 아침 식사 할만한 곳에 아무 데나 들어가서 그들 방식대로 아침을 먹고, 오고 가는 사람들을 멍청하게 바라다보며 피곤해서 좀 쉬고 있었다. 웬일인지 일자리를 찾아서 무작정 상경(上京)한 여자 같은 처량함이 들었다. 창가로 쓱쓱 지나가는 이상하게 생긴 차들이 자주 보인다. 알고 봤더니 택시였다. 그리고 지저분하고 짙은 적벽돌 건물이 보였다. 지나가는 남자들은 대.. 2024. 6. 1.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호세 루이 히달고(Jose Louis Hidalgo)의 트럼펫 연주 의 유연하고 약간 애상적이며 폐부에  와닿던 리듬이 좋아서 수십 번 들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나는 프랑스로부터 안달루시아 지방을 향해서 남으로 내려갔다. 마침 남아메리카 대부분의 나라의 가장 긴 방학이 끼어 있는 2월이라  초봄의 스페인은 아르헨티나, 페루, 브라질 등에서 몰려온 관광객으로 붐볐고, 반대로 스페인의 일류 투우사들은 모두 남미로 떠나버린 뒤였다. 나는 그라나다의 알람브라(Alhambra) 궁과 만난다는 설렘으로, 사철 눈이 덮여 장관이며 스키를 항상 즐길 수 있다는 네바다 산(Sierra Nevada, 유럽에서 가장 높은 해발 도로가 있음)을 지척에 두고도 바로 그라나다에 .. 2024. 5. 22.
수인(囚人)의 공간 엘바섬, 이태리 <feat. 나폴레옹 유배지 > 수인(囚人)의 공간 엘바섬, 이태리    오후 3시는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고 끝내기에는 빠른 시간이라고들 불평한다. 그런데 오늘 나의 오후 3시는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기분이다. 이태리 서부 해변도로를 아침 8시부터 달려왔으니 로마로 들어가려면 아직도 해변 풍경 속을 한참을 달려야 할판인데 도중에 엘바섬에 들른다는 것은 시작치고는 아주 괜찮은 시작이 된 셈이다."이제 여러분들의 목적지인 엘바섬에 곧 내리겠습니다" 하고 마이크로 여러 나라 말로 방송했다. 1백여 명이 탄 배 위에서 우리 앞 좌석에 중국말을 하는 한 가족 외에 동양 사람이라고는 없었다. 배를 탈 때부터 일거 일동을 관찰하듯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있던 한 늙은 이태리 부인은 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내릴 적에는 내 가까이 다가서며 혀를 유난히 .. 2024. 4. 13.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영국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영국 세계 굴지의 미술 전시장들은 언제나 인파로 붐비고 너무 많은 보물들이 집산되어 있기 때문에 여행에 지치고 피곤할 때는 그 보물들의 가치가 제대로 감상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도시마다 그렇게 크지 않으면서 독특한 매력으로 유난히 사람을 끄는 장소가 가끔 있다.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런던을 들를 때마다 꼭 한나절 시간을 내서 이곳에 들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제 는 구석구석 익숙해져서 그림 구경을 하다가 미술관 입구 서점에 가서 그림책도 뒤적거리며 지하 커피숍에 가서 여유 있게 차도 마시고 돌아오기도 한다.  테이트 미술관은 내가 묵고 있는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꽤 먼 거리에 있었다. 번번이 빅토리아 라인을 타고 핌리코 지하철 정거장에.. 2024. 3. 29.
에즈(Eze) 빌리지, 프랑스 에즈(Eze) 빌리지, 프랑스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하면서부터 지난 일 년 반 동안 거의 나는 방콕상태로 살았다. 몸도 마음도 허약해졌고 알게 모르게 우리들 삶에 많은 변화가 온 것은 나만이겠는가. 특히 노인들 감염우려가 높다고 파리(Paris)에 사는 아이들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초기에는 한국 정부의 방역 상태가 우수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국 마스크가 제일 안전하다고 국제우편으로 주문해 주기도 했다. 우리 들은 옷과 소지품들을 자주 빨고 닦고 씻고 햇볕에 말리고 집안 청소, 삼시 챙겨 먹는 일로 하루하루 보내면서 매우 단조로운 일상에 익숙해져 버렸다. 특히 작년에는 유럽 여러 국가들의 병균 확진자 수가 아주 높을 때라 한국에 비해 거의 모든 외출이 금지되고 철저히 규제되고 있었다. .. 2024. 2. 21.
밀스고덴에서, 스웨덴 밀스고덴에서, 스웨덴노르웨이의 구스타브 뷔즈랜드(Gustave Vigeland, 1869∼1943)와 스웨덴의 칼 밀스(Carl Milles, 1875~1955) 두 조각가의 작품을 보지 않고 돌아간다면 그것은 북구 방문의 부끄러움이다. 이들 두 예술가에 대한 그들 국민의 긍지는 대단하다. 여름의 스톡홀름은 지상의 낙원이다. 기후, 산천의 아름다움, 사람들의 여유, 도시의 우아함, 한마디로 나는 첫눈에 반해 버렸다. 시간만 있으면 오래 좀 머물고 싶은 도시이다. 지금까지 스웨덴에 대한 나의 관심은 지극히 피상적이었다. 나의 최초의 관심은 대부분의 내 또래 한국 여성들처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여주인공 잉그릿 버그만에서 시작된다. 지금도 나는 그녀가 출연했던 두 영화를 잊을 수 없다. 특히 암으.. 2024. 2. 6.
마르세이유 항구, 프랑스 마르세이유 항구, 프랑스 대학을 졸업하던 그 해 한 달 동안 배를 타고 난생 처음으로 유럽 땅에 발을 디딘 곳이 마르세이유 항구다. 그때 내 시야에 들어왔던 풍경들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나는 미지의 망망대해를 향하고자 하는 정열과 호기심을 잠재우지 못해 프랑스로 가는 방편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선박을 선택했다. 인도양을 건널 때 무서웠던 폭풍우와 산더미 같은 파도가 몰아칠 때 배 한구석에서 공포에 떨며 기도를 했던 생각이 난다. 아마 나는 그때 시인적인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항구는 지금도 공항보다 더 큰 매력이다. 항구는 출발과 이별이 있고 눈물과 기쁨이 있어 인간들의 삶이 우리들 피부에 아주 쉽게 와닿는 공간이다.    마르세이유가 유럽의 다른 중요한 항구들보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2024. 1. 19.
바르셀로나의 바리오 고띠꼬,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바리오 고띠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쁘라짜 데까따루냐 근처에 호텔방을 정한 것은 내가 이번에 꼼꼼히 보고자 했던 중세 건축 구역이 가까이 있고, 또 주변에 널려 있는 중요한 기념물들이 멀지 않아서 나에게는 좀 비싼 곳이었지만 칼데론(Calderon) 호텔에 들기로 했다. 현관에 들어가자마자 영어, 불어, 독일어가 웅성거리는 것으로 보아 꽤 외화를 벌어들이는 숙소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리셉션 벽 전체를 덮고 있던 수채화들이 유난히 내 눈을 즐겁게 했다.그리고 승강기를 타고 내 방 쪽으로 가는 도중 벽마다 붙어 있는 그림들도 모두 수채화였는데, 하나도 모조가 아닌 현관 것과 동일 화가의 사인이 든 진품들이었다. 꽤 괜찮은 호텔에도 보통 모조품을 근사한 액자에 넣어 놓는 것이 보통인데,.. 2024. 1. 5.
숲의 나라, 음악의 향연장/ 오스트리아 숲의 나라, 음악의 향연장(饗宴場)/ 오스트리아 스위스가 나는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나라인 줄 알았는데 최근 스위스 사람들이  “요즈음 젊은 아이들은 무질서해졌고 쓰레기도 아무 곳에나 슬쩍 버리려 들고 못 쓰겠어, 정말 오스트리아는 어디를 가나 깨끗해..."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과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가 보니 정말 깨끗했다. 그런데 비엔나 비행장에 도착했을 때 한 가지 불편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공항 안내 팻말이 거의  영어나 불어가 아닌 독일어이었기 때문이다. 어디가 짐 찾는 곳인지 어디가 출구고 입구인지 우리는 당황했다. 우리는 유명한 스테판 성당 광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구가(舊家) 조그만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날 하늘은 약간 무거웠다. 거무스름한 회색하늘과 비엔나의 고옥들..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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