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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영국

by 이다인 202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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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영국

 

세계 굴지의 미술 전시장들은 언제나 인파로 붐비고 너무 많은 보물들이 집산되어 있기 때문에 여행에 지치고 피곤할 때는 그 보물들의 가치가 제대로 감상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도시마다 그렇게 크지 않으면서 독특한 매력으로 유난히 사람을 끄는 장소가 가끔 있다.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런던을 들를 때마다 꼭 한나절 시간을 내서 이곳에 들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제 는 구석구석 익숙해져서 그림 구경을 하다가 미술관 입구 서점에 가서 그림책도 뒤적거리며 지하 커피숍에 가서 여유 있게 차도 마시고 돌아오기도 한다.
 

런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런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테이트 미술관은 내가 묵고 있는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꽤 먼 거리에 있었다. 번번이 빅토리아 라인을 타고 핌리코 지하철 정거장에서 내리던 것을 이번에는 지상 버스를 탔다. 미술관 뒷길 호젓한 길을 검어서 정문에 이르렀을 때, 아직 10시 이전이라서 문이 열리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서성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중학생들이 눈에 많이 피었고 일본 관광객들 대여섯 명이 돌층계에 걸터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에 문이 열리고 모두 입장했다. 네오 클래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취향의 과장이 없어 보기에 아주 편안했다. 이 미술권은 국립 화랑과 상호 협조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현관에 들어가면 한가운데 긴 홀이 있고 좌우로 25 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왼쪽에는 거의 영국 화가들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었으며, 오른쪽 전시실에는 인상파와 후기인상파에서 모딜리아니피카소에 이르기까지 현대 거장들의 컬렉션이 진열되어 있다.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크고 작은 방을 5개나 차지하고 있는 터너 (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1775–1851)의 존재에 있다. 세계 미술사에서 풍경화가로 큰 별자리를 점하고 있고, 온 영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터너를 거기서 만난다는 것은 외국인인 나에게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은 바로 터너 미술관이라고 할 만큼 세계에서 터너의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곳은 터너의 유언에 따라 그의 아틀리에에 있었던 300 여 점의 유화, 1,900 점의 수채화와 데생이 국가에 기증됨과 동시에 약 10점의 유화만 국립 화랑에 가 있고 수채화는 전부 대영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대부분의 유화 작품은 테이트 브리튼에 전시 보관되고 있다.
 

터너 사진

 
이곳에 진열되고 있는 작품들은 바로 터너의 그림일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의 변화, 발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햇빛이 여린 대지에서 그린 초기 작품의 풍경화들과, 1819 년 로마 · 나폴리 · 베니스의 하늘 아래서 그린 그림들은 완연하게 다르다. 특히 여러 폭의 베니스 풍경들은 지금 내 눈으로 보아도 황홀하다. 유연하고 격조 높은 선과 색 하나하나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대예술가의 정신을 만나고 있는 듯하여 눈이 부시도록 감격스럽기만 하다. 이탈리아의 햇빛과 풍경이 터너를 위해서 존재했는지, 터너의 천재성이 이탈리아와 우연히 맞아떨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터너와 이탈리아가 혼연일체가 되어 전시장에서 도도하게 빛나고 있다.
 
 

터너 작품

나는 폭풍우 일고 있는 바다의 풍경 앞에서 쉽게 떠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서 있었다.
내 주위에는 은퇴한 노부부, 젊은 연인들, 엄마와 아이들이 스스로 와서 공부하며 문화를 익히고 있었다. 이윽고 연필과 노트를 든 중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누군가는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서양 미술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어린 학생들이 작품들 앞에서 노트하고 있는 모습인데 참 부러운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거장의 작품을 실제로 감상하고 배우는 것이다.
 
터너의 젊은 야망은 당시 풍경화의 대가들이었던 벨드, 끌로드, 뿌생 같은 영감들의 흉내를 내며 그들 마당에서 같이 뒹구는 것으로 나타냈다가. 다시 꽁스따블과 겨누며 점차 자기 세계를 만들어 붓을 휘두르던 것으로 나타내고 있어 전시실을 돌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그의 꿈이 서린 목가적인 베니스의 풍경은 유화라기보다 오히려 수채화로 된 서정의 극치를 이루는 그림으로 착각이 일어날 정도이다.
 
나는 좋은 미술관을 가진 도시를 산책할 때마다 항상 부러운 마음이 넘쳐 일종의 질투심을 느끼곤 한다. 우리나라 형편이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 우리나라 대도시에 제대로 면모를 갖춘 전시장은 거의 없고, 그 안을 채울 미술 작품도 거의 소장하고 있지 못한 실정은 우리 모두의 부끄러움이며 괴로움이어야 한다. 매년 한 폭의 그림이라도 살 수 있도록 문화 예산 편성에 신경을 쓰는 선각적인 관료들이 있었다면 대도시 미술관에 단 몇 폭이라도 중요한 그림을 소장했을 것이다.
 
이런 착잡한 생각으로 우울한 시간을 보내다가 입구 서적 센터로 발을 옮겼다. 40 여 평이나 되는 큰 방에 꽉 들어찬 화집들과 전시된 그림 전부가 포스트 카드로 축소되어 있는 것을 구경하고 있으면 조그만 행복이 몸으로 스며들어 오는 것 같다. 진품은 손에 넣어 보지 못하지만 복사된 카드만이라도 누구나 살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어디를 가나 포스트 카드를 많이 사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낯선 나라의 어느 카페에 앉아 혹은 거리의 아무 의자에나 걸터앉아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어 곧잘 띄우기도 한다. 여행 중에 엽서 한 장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은 길을 떠나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안다. 그래서 여행 중에 나를 생각하며 한 자라도 적어 보내는 마음을 나는 높이 평가하며 귀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화집도 갖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무겁고 비싸 여행자인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어느 날  영어 예술지를 뒤적거리다가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 대한 큰 기사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 테이트 미술관 상'이란 제목이 붙어 있었다. 1892 년에 시드니 스미스 2세의 설계로 건축된 이 미술관은 ( 1897 년에 공식적으로 개관됨 ) 헨리 테이트 경에 의해 국가에 기증되었다. 그로부터 107 년 만에 테이트 상이 제정 되었는데, 그것은 온 세계가 경축할 만한 일이며 그의 공로와 발전에 기뻐해야 할 일이다.
 
테이트 상은 한 해 동안 가장 공적이 크고 훌륭한 영국 예술가 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진실한 의미에서 상을 받는 사람에게는 축하해야 한다. 그것도 세속적인 부귀영화와는 관계없이 오로지 '아름다움' 만을 추구하는 외로운 작업을 하며 외길을 걷는 예술가들이 상을 받을 때에 눈물겹도록 기쁘고 흐뭇한 것은 나 개인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나의 젊은 시절은  어디를 가나, 누구나 정치 이념에 대한 화제뿐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역, 산업, 돈, 경제 이야기밖에 안 한다. 돈의, 권력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그 목적은 문화 달성으로 귀결될 것이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시간의 때가 묻어야 한다. 의식 있는 자들의 정성과 각별한 노력 투자가 필요 하다.
우리들에게는 테이트 경의 정신은 영원히 부재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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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 작품 슬라이드 사진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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