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불의 숨은 진주, 매그 미술관 / 프랑스
하느님의 축복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 프랑스 땅이다. 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지중해와 알프스와 기름진 옥토가 있고,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파리가 있다. 어느 곳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세상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나는 부산에 가면 늘 프랑스의 꼬따쥐르(프랑스의 남쪽 남빛해안 지역)를 연상하게 된다. 그곳에 이르려면 파리에서 비행기로는 마르세이유까지 50분, TGV(떼제베) 기차로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마르세이유가 그렇게 자연적으로는 아름다운 도시는 아니지만 꼬따쥐르로 가는 관문이라고 보면 된다. 바로 니스(Nice)로 도착하는 방법도 있지만 꼬따쥐르는 영화제로 알려진 칸느, 카니발로 알려진 니스, 그레이스 켈리 왕비가 살던 몽테 까를로 성으로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곳들이다.
이것은 모두 다분히 관광적 의미에서이다. 그런 떠들썩한 요소는 의식적으로 약간 배제하고, 나는 주위에 산재되어 있는 그곳의 중요한 미술관을 공부하는 태도로 여러 번 들른 적이 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관문에 들어선 한국인이 되었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유럽을 비롯한 세계각국을 자유로이 나들이를 하고 있다. 사람과 문화를 식별해 내는 안목이 대단히 높은 유럽인들에게, 한때 붐을 이루었던 일본이나 중국단체 관광객들처럼 "돈만 알고 무식하다", "저속한 취향에 개성이 없다”는 식의 흉을 잡히지 않으려면 남의 나라를 여행하는 데에도 품위를 잃지 말고 구경함이 좋겠다.
그래서 정말 그들이 문화적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또 그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을 택하는 것이 샹젤리제의 리도(Lido) 쇼를 구경하거나 쇼윈도에 빼앗기는 시간보다 훨씬 이로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관, 극장, 음악회나 훌륭한 건축물들을 보면서 공부하는 것은 진정으로 가치있고 권할 만한 것이다.
파리가 세계 미술의 고향이고 본부라면, 꼬따쥐르는 “보석 같은 물거품을 소진하는, 오만한 물결 • 불꽃의 돛폭 아래, 가루 같은 물결이 바위에서 솟아난다. 부숴라, 파도여! 희열 하는 물로 부숴라” 는 이런 시어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지중해 연안의 도시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몇 개의 보석 같은 미술관들이 있다.
나는 그동안 지구 위에 있는 수많은 중요한 미술관들을 순람 했다. 그중에서 "당신 마음에 드는 가장 좋은 곳이 어디입니까?" 하고 누가 묻는다면, 첫째도 둘째도 쌩뽈 드 방스(St Paul de Vence)에 있는 매그 재단 미술관
(Fondation Maeght)이라고 나는 서슴지 않고 말할 것이다. 내가 처음 이곳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 아름다운 숨어 있는 진주가 우리나라 지상에 잘 소개된 적이 없었고 , "이런 중요한 곳이 있다는 것을 미술계에서 국민들에게 더 많이 알려 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지금은 국내 미술관과 작품 교류전도 가질 만큼 꽤 많이 알려져 있어 다소 위안이 된다.
나는 자연과 조화롭게 서 있는 미술관 주변과 그 속을 몇 번이고 돌아보았고, 그 다음부터는 시간이 있을 때나 전시 내용이 바뀐다는 정보를 얻을 때마다 자주 찾아가 보았다. 또 우연히 내 친구 한 사람이 그곳에 여름집을 가지고 있어서 이제 즐기며 드나드는 곳이 되어 버렸다.
1964년 프랑스 최초 사립 미술 재단의 창설자 매그 부부는 이 미술관을 설립 하였다. 세계 예술가뿐만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며 그의 멋진 일생의 사업을 부러워한다. 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인쇄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광고·광예술에 화랑사업으로 돈을 벌었으며, 보나르 그리고 마티스와 친교를 맺고, 바젠느와 샤갈과 칸딘스키 및 미로와 같은 화가들에 대한 책을 출판하며, 피카소와 브라크와 페르낭 레제 및 알렉산더 칼더 그리고 위박 같은 거장들의 작품 전시회를 주선해 주기도 한 대부(?)였다.
그리고 그 당시 젊은 화가 제르멩, 빨쥐, 쁠리아꼬프를 발굴해 내기도 했다. 매그 화랑은 파리, 스위스, 스페인에 있으며, 예술가들이란 언제나 일상에 서툴고 역부족한 사람들이라 누군가가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태어나면서부터 깨달은 것처럼 그의 모든 정력, 시간, 재산을 예술가들을 위해서 소진한 그들의 대부였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크게 성공한 기업가들이 많이 있으니 제2, 제3의 마그트가 출현하기를 늘 기다리는 마음이다.
이 집은 호제 루이 쎄르(Jose Louis Sert)라는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했다. 이 집은 옛날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건축의 관계를 지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의 문, 지붕의 곡선, 기왓장, 색깔... 이 모든 것을 구상하고 지었던 것처럼 쌩 뽈 드방스의 아름다움과 멋진 평화를 염두에 두고 경사진 언덕이라는 땅 조건, 잘 보호 관리된 쭉쭉 뻗은 나무들의 풍치를 최대로 살려서 집을 앉혔다.
그 지방 전통에 따라 장작불에 굽고, 손으로 빚은 장밋빛 도는 벽돌과 시멘트 콘크리트가 재료로 쓰였으며, 건물 바깥에 있는 전원풍의 안뜰과 낮은 담은 이 지방에서 채석된 돌들이라 더욱 정갈하고 운치 있다. 뜰 안에 있는 연못의 물은 바로 이 건물의 빗물받이로 모여진 물들인데, 죠르쥬 브라끄가 고기들을 그려 넣은 모자이크 바닥으로 마치 계곡의 자연수처럼 정겹다. 지붕을 장식하고 있는 반궁륭이 빛처리로 이용되고 있고, 유리로 된 칸막이 벽을 통해서 태양빛을 끌어들여 다시 확산시켜 놓아 각 전시장은 각기 고유의 빛을 지니는 장점이 있다.
옥외와 옥내의 교류와 내외 공간 리듬을 위해서 숲, 바다, 포석 깔린 스페인식 뜰과 연못으로 나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관람객들을 초대하는 문들이 군데군데 마련되어 있다. 옥내는 예배당, 예술도서관(약 1만권이상 소장)이 있고, 칼더의 철제 조각과 자코메티의 뼈다귀 유령 같은 조각이 서 있는가 하면, 동화적이고 경쾌한 리듬의 쎄라믹과 샤갈의 종교적이면서도 신비적인 모자이크 벽면이 대조를 이루고 있어서 이 큰 공간은 한 덩어리의 예술 작품이다.
비록 1981년 9월 5일 영원히 눈을 감고 말았으나, 매그의 정신은 이 공간 어디에서나 살아 움직이며 숨 쉰다. 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20세기 제1급 화가 거장들의 작품만 해도 7천여점이나 된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2024.06.04 - [詩·에세이] - 프랑스의 노천 문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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