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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포르투갈, Sintra 의 Pena 여름 궁전

by 이다인 2023.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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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Sintra의 Pena 여름 궁전


18C중엽 4만 명의 희생자를 내었다는 리스본의 대지진, 그 사후처리와 도시계획을 진두지휘한 당시의 훌륭한 재상이었던 퐁발(Pombal) 후작이 이룩한 리스본의 바이샤 지구,
 

리스본의 바이샤지구
리스본의 바이샤지구

 

생떽쥐뻬리의 조종사 기요메가 리스본 상공에서의 추락, 유럽 어느 곳에서나 아페리티프로 인기 있는 포도주 뽀르또(Porto),  축구 스타 호날두, 피구 등이 내가 지금까지 가졌던 이베리아반도 서쪽에 올라 붙어있는 이 작은 나라에 가기 전  나의 관심사의 전부이었다.
 
그만큼 한국인들과는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별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대서양의 아름다운 해안을 끼고 다변의 지형과 기후에 의해 다양한 식목과 꽃들이 있다. 또한 어느 작은 레스토랑에서든지 노란 레몬이 듬뿍듬뿍 얹힌 푸짐하고 신선한 생선요리를 천천히 즐기면서, 미래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alia Rodrigues/ 1920  ~ 1999년) 파두( Fado/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민요)를 쉽게  들을 수 있는 리스본을 그 누가 마다하랴.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의 파두/ 바다의 노래 Cancao do Mar

카스카이스 Cascais

리스본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카스카이스 Cascais Estoriel 같은 해변의 작은 어촌이나 온천장을 그런대로 즐기고 나면 일종의 닫힌 공간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 서서히 가슴 깊은 곳에서 얼굴을 내미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역시 바다나 지평선이 보이는 전부가 열려있는 곳에서는 오래도록 지적인 직업에 종사해 오던 사람들에게는 속속들이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너 달, 육 개월 혹은 몇 년을 이런 경치에서만 살라고 하면 좀 어떨까… 광명이 절제되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웅성대며 부재하는 왕과 왕녀들의 초상이 망령처럼 존재하기도 하고 대리석 주랑 사이로 죽은 자와 그들의 긴 옷깃들이 스쳐가는 듯한 은밀한 유럽의 성(城)들이 보고 싶어지는 시간이 오기 마련이다.
 
이런 곳에서는 늘 배우는 것이 있다. 새로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 많은 사원, 성, 무덤, 궁중… 과거의 공간들을 순례했던 것 같다. 사적(史的) 사건, 인물들과 나 사이에는 순수한 통로밖에 없다. 넋이란 무한한 것 속에의 메아리들이라고나 할까. 나는 그런 울림의 시간이 자주 필요하다.

Sintra의 페나 여름궁전에 가기 위해 리스본역에서 기차표를 사기로 했다. 그 왕궁은  산괴에 14C말에 짓기 시작하여
16C 왕 마뉴엘 1세 때까지 증축하여 왕족들의 여름궁으로 사용하였다.  그 지형과 경관이 수려하여 이미 영국의  대시인 바이런(Byron)이나 사우디 (Southey)를 비롯하여 많은 시인들에 의해서 유명해진 곳이라 나 역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런은 이런 신트라를 보고 '위대한 에덴 (The Glorious Eden)'이라고 표현했으며, 사우디는 지구상 사람이 살고 있는 땅 중에서 가장 축복받은 아름다운 곳이라 극찬하였다.
이곳은 청량한 자연경관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건축물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는 이 작은 소도시에는 온종일 볼거리가 넘쳐 난다.
 
그리 빠르지도 깨끗하지도 않았던 기차였으나 때로는 해변을 때로는 빨래가 주렁주렁 널린 소시민들의 동네를 지나가기에 나 같은 이방인에게는 모두가 구경거리였다. 1시간 반쯤 왔을까... 당도한 곳은 어느 경상도 시골역 같은 곳이었는데 명성이 높은 관광지 사람들 치고는 그리 빤질 빤질하지 않고 소박한 느낌으로 마음이 편안했다.

역에서 빤히 보이는 가까운 거리이나 걸어서 올라갈 높이는 아니다. 기다리고 있는 택시로 10분쯤 올라갔는데 꼬불꼬불
난 코스였다. Sintra라는 이 마을은 아름다운 경관과 깨끗한 공기 때문에 왕족들이 600여 년 동안 여름 처소를 두고 이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왕궁 발아래 펼쳐져있는 200 핵트아르나 되는 북구의 수림에서 열대 나무들에 이르기까지, 빽빽한 페나(Pena) 공원과 깊은 숲으로 둘러싸인 화강암 덩어리 위의 왼쪽 북청색 돔과 오른쪽 탑을 두고 있는 빛바랜 붉은 보라색의 로맨틱한 건물이 바로 왕궁이다.
 

구름속에 휩싸인 페나(Pena)공원과 왕궁
구름속에 휩싸인 페나(Pena)공원과 왕궁

 
건물의 형태는 그 시대 시대마다 유행하던 감각을 살려서인지 어떤 통일적인 미라기보다 곡선과 직선이 공존하며 혼합양식으로 흔히 중부유럽에서 볼 수 있는 적의 접근을 방어하는 성(城)들에 비해 창틀이 많은 것이 특별히 눈에 뜨인다. 높은 궁중 입구에 가까이 들어서니 갑자기 흘러가던 구름 한 덩어리가 쉬어가 10m밖에 있는 내 친구의 웃고 있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관광객 모두는 신기해서 웅성웅성 소리를 냈고 나도 애써 성(城) 아래서 조금 전에 펼쳐진 평원들과 집들을 보려고 애를 썼지만 전혀 보이지 않더니 한참 후에야 서서히 구름이 벗겨지고 가벼운 은빛으로 바뀌면서 주변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외롭게 보이는 새 한 마리가 날기 시작했다. 나는 구름을 잠시 발아래로 하고 꿈속에서 승천했던 기분 같은 것을 느꼈다.
 
Sintra의 페나 궁전 내부의 실체의 발견보다 그 변화스럽던 주변의 색조와 스쳐가는 바람의 음향, 달다 못해 싱그러운 대기, 건축물을 이루고 있는 시간의 때가 묻은 늙은 돌의 비밀스러운 표정. 이 모두는 젊은 낭만적인 어느 감성의 연인들로 하여금 어느 순간 질긴 목숨까지도 앗아가게 하겠구나...
 
바람기 있는 사내 같은 구름이 떠나버린 뒤에도 일몰의 시간에 장천을 가로지르던 안개가 자욱하던 그 궁의 자태는 시폰 (Chiffon)을 감은 격조 높은 어느 무도회에 기사 없이 나타난 성숙한 한 아름다운 여인의 매력 같은 것이었다.

꾸불꾸불한 층층계를 오르기도 하고 또 어두컴컴한 방을 건너기도 하면서 3~4백 년 전 왕족들의 물건들을 구경했고, 특히 식당과 예배실이 마음에 들었다. 터어키의 그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많은 보물들이 있었다. 그러나 역시 진열기술은 그렇게 예술적이지는 못했다.
 

pena 궁전 내부/ 식당
pena 궁전 내부/ 식당

 
실내장식 중에서 아랍식 도시벽돌로 되어 있었고, 독서실 천정에는 장미를 물고 있는 까치들이 많이 그려졌는데 그 이유는 여 궁인들의 험구에 대한 경고의 뜻이라고 한다. 세상 어디를 가나 제한된 공간 내 많은 여성이 모여 살면 질투로 인한 숱한 사건이 많이 벌어지기 마련인가 보다.
 
솔직히 여권이니 여성존중이라는 말을 직장에서나, 사회 여러 곳에서 많이 들을 수 있으나 막상 여성이 여성을 비하하고 보이지 않는 손톱으로 상처 주는 경우를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이런 귀여운 마귀성의 질투심도 이젠 다른 종류의 좋은 심성으로 승화시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나의 포르투갈 여행은 신트라 페나 궁전의 독특하고 수려한 경관에 흠뻑 취하며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평생 다시 찾아 올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곳 유적물의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더 눈으로 보고 뇌리에 저장하고자 이리저리 발걸음을 재촉했다.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다시 한번 뒤돌아 보는 아쉬움을 남긴 채 나의 신트라 페나 궁전의 여정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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