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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게르만의 물, 인터라켄 (Interlaken)을 통해서 / 스위스 ( 1 )

by 이다인 202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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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의 물, 인터라켄 (Interlaken)을 통해서 / 스위스 ( 1 )

 

바다, 강, 호수 이런 이름들로 물의 형태 색깔 성격을 나타낸다. 물은 흔히 여성적인 상징성을 띠우고 있는데 내가 왜 하필이면 물을 찾아 많은 길을 다녔는지 모를 일이다. 물 하면 나는 언제나 인상 깊었던 세 곳의 물이 한꺼번에 같이 머리에 떠오른다. 센트 루이스에서 본 미시시피강, 내가 잘 아는 지중해, 그리고 스위스 베른에서 본 인터라켄이다.

 

이 물들은 그 율동적인 몸태 때문에 그런지 역시 나에게도 모두 여성적으로 느껴졌다. 지중해 바다가 모두 개방적이며 선정적인 미녀라면 미시시피는 야생 동물적인 힘과 정열, 충동적인 집시 여인 같다. 대조적으로 인터라켄은 스위스 가정교사를 집에 두고 일거일동 가르치고 다듬어진 지난 세기의 어느 귀한 집의 규수와 같고, 누구에게나 첫눈에 호감이 가는 그런 물이다. 모두가 뚜렷한 개성과 그 나름대로 매력이 넘치고 넘쳐서 나는 늘 그것들이 그립기만 하다.

 

미시시피 강

물도 생김새나 성격에 따라 운명이란 것이 있는지, 아니나 다를까 미시시피 강을 보러 갔을 때는 많은 인간 불운과 슬픈 일을 들었다. 노예해방 전에는 뉴 올리언즈에서 흑인들을 실어오는 배가 이 강을 따라 올라와서 센트 루이즈 노예시장에 팔았다든가, 지금도 우기에는 자주 범람하여 주변 사람들은 물이 이층까지 차와 나무판자를 타고 밤중에 피난을 한다는 것이다.또한 어느 한국 여의사가 국제학회에 왔다가 초대된 뱃놀이에서 전복되어 시신으로 돌아갔던 얘기, 그리고 나 개인적으로 가장 슬펐던 얘기는 S의 둘째 아들이 강가에 피크닉을 갔다가 익사했다는 것을 들었을 때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강을 따라 걷고 있었던 나는 이상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수백 미터 넓이를 가진 강은 뗏목들의 옆구리에 흘러 부드러운 물결을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양편 끝에서 벗어나서 뗏목을 넘쳐흘렀다가 다시 힘찬 한줄기의 파도를 이루어 어둠 침침한 숲을 지나 바다와 어둠 쪽으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물에서 오는 것인지 해면 같은 하늘에서 오는 것인지, 맥 빠진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이윽고 뗏목 밑에서 잔물결 소리가 들러 왔고 양쪽 기슭으로 부터 강두꺼비의 소리와 심심한 새들의 우는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강기슭이 이제는 어둠과 물에 뒤덮여 저쪽으로 수천 킬로미터나 뻗쳐있는 수목이 대륙처럼 무한히 넓고 거칠어 보였다."

 

바로 이런 알베르 까뮈의 아메리카의 강에 대한 묘사가 썩 잘 어울리는 미시시피였다.

 

미시시피 강
미시시피 강

 

지중해

 

반대로 지중해로 가 보라. 가는 곳마다 사랑이 보인다.  반드시 진지한 사랑이 아니라도 좋다. 그저 지나가는 바람 같은 사랑일지라도 그것은 삶의 긍정 쪽인 것 같다. 해변가에 남자, 여자들은 드러내 놓고 행복을 만끽한다. 나그네도 주인도 따로 없다. 나그네도 남의 행복을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즐겁다. 누런 태양이 언제나 거기에 머물러 준다.

 

까페 테라스마다 아프리카산 등나무의자에 몸을 걸치고 있는 그들은 대부분 나그네들이다. 깜장, 흰, 노랑, 빨강 머리들이 같이 놀고 있다. 그들의 고뇌와 불행들은 전혀 노출되지 않고 잘 잠복되어 있다. 잠복되어 있는 것인지 고향에 잠깐 맡겨 두고 온 것인지 모르지만 모두가 즐겁게만 보인다. 행복 얘기만 들리는 것 같은 천하태평한 곳이다.

 

지중해
지중해

인터라켄

이 두 곳과는 전혀 성질이 다른 인터라켄을 나는 여러 번 갈 기회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는 한 스위스 가족이 베른에 살기 때문이었다. 인터라켄은 현란하지 않은 물이면서도 정말 아름답다. 늘 평화스럽다고 감탄을 하면서 돌아왔다. 그런데 발길을 돌리고 나면 언제나 여운이 남는다.

 

은근한 그리움이 내게 메아리쳐 온다 다시 하나하나 뜯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바로 제대로 자란 아름다운 규수를 선 본 뒤에 설레는 마음도 그런 것일까. 스위스를 들릴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 작고 푸른 땅은 살균된 행복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사람도 가게도 시장도 산천도 하나 같이 깨끗하다.

 

인터라켄 호수
인터라켄 호수

 

그들의 정치나 화폐가 거의 안정적이고 부동인 것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호수도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곳에서는 오히려 무섭도록 조용하다. 물인지 유리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단지 소리가 다른 곳보다 유난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계 소리다. 그 많은 뾰족한 교회 시청 공공건물에 시계가 장식되어 있지 않는 곳이 없고 집집마다 들어서면 집안에 시계가 많이 눈에 띈다.

 

그 소리들은 모두 다 살아 있는 것 같은 개성이 있었다. 특히 저녁때쯤 해가 서산에 걸릴 때 베른 작은 산에 올라가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어 보라. 어둠이 회색 되어가면서 합명종 같은 시계 소리와 목가적 (牧歌的)인 풍경에 이상한 사랑을 경험할 것이다.

공식국어로 네 개가 쓰인다고는 하지마는 인구 지역분포로 보면 말장난을 즐겨하는 편이 아닌 70퍼센트가 독일어권이고, 20퍼센트가 말 많은 불어 지역이며, 나머지 10퍼센트가 이태리와 로만스어 분포이다. 이런 언어 분포를 보면 얼른 그들의 문화권에 대한 감이 잡힌다.

 

지배적인 언어를 쓰는 독일어권과 불어권은 각각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를 하나씩 안고 있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쥬네브와 로잔느를 끼고 있는 레만 호수베른을 옆에 두고 있는 인터라켄 (호수와 브리엔츠 두 호수를 연결하며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도시)이다.

 

스위스 지도
스위스 지도

 

 

 

레만과 인터라켄은 그들의 아름다움을 점잖게 서로 질투하고 있다. 호수는 입을 꽉 다물고 그들의 정숙미를 지키고 있지만 그것을 즐기고 사는 그곳 사람들이 서로 질투하고 있는 인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근거는 그들 사회가 만들어 놓은 다음과 같은 일화에서이다.

 

크고 작은 여기저기 호수에서는 백조들이 가끔 떠다니거나 몰려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느 해 레만 호수 백조들이 불행을 겪어 수효가 자꾸 줄어들어 불안해진 쥬네브 행정부가 유명한 바젤 동물원에 SOS를 보내어 새끼 백조들을 좀 보내 달라고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며칠 뒤 바젤 동물원으로부터 답을 받고 필요한 만큼의 백조가 레만으로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새끼 백조인줄 알았다가 자세히 검토해 보니 목이 짧은 오리들이었다는 것이다. 확실히 뭔가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하고 곧 바젤에 연락했더니 바젤 측 답이 걸작이었다.

 

“레만 호수에 서식할 백조라면 오리를 보내도 자라면서 목이 틀림없이 길어질 것입니다. 목만 길어지면 물 위에 떠다니고 땅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는 백조나 오리가 떼를 지어 오는 그룹 관광객들에게 무슨 큰 차이가 있겠습니까."라는 설명이었다고 한다. 바로 문제의 "백조의 목"에 대한 곡절을 모르는 외국인인 나에게 설명해 주기를 불어권 지역 사람들은 이유 없이 콧대가 높고 안하무인격이라 독어권 사람들이 빈정댈 때 스위스에서 통하는 일화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때서야 그 뜻을 알고 나도 웃었다. 레만과 인터라켄 두 호수를 다 보았을 때 나는 충분히 그 일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로잔느에서 본 김칫독만 한 질 항아리에 눈부시게 피고 있던 카네이션으로 치장한 레만, 어느 크리스마스 계절에 장식들로 불야호 (不夜潮)가 되어 있던 화려한 쥬네브의 레만, 정말 아름다운 호수의 기억이다. 

 그리고 인터라켄은 분위기가 다른 또 격조 높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두 호수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인터라켄 시를 드론으로 본 전경

 

후속 글 링크 /     2023.06.13 - [유럽] - 게르만의 물, 인터라켄 (Interlaken)을 통해서 / 스위스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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