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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문호 들의 땅, 더블린 아일랜드

by 이다인 202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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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들의 땅, 더블린 

 
나는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아무런 구애 없고 마냥 자유롭고 즐거운 나그네라는 기분으로 파리에서 30명쯤 타는 경비행기로 더블린 공항에 도착했다. 아일랜드란 원래 녹색의 땅이란 뜻이라고 하더니 비행장에서 시내까지 들어가는 거리 주변에는 1월 말인데도 파란 잔디가 많이 눈에 띄고 기분 좋을 정도로 싸늘하게 바람이 분다.
 
하룻밤을 지나고 오코넬 거리를 오가며 관심 있는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데, 처음 더블린에서 본 15살쯤 보이는 아이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구걸했는데, 중부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  나는 깜짝 놀랐다. 프랑스에서도 지하철 혹은 여기저기에서 걸인들이 있으나 프랑스 걸인들의 행태는 좀 재미있다. 술 주정뱅이들을 제외하고는 프랑스 걸인들은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 한 줄쯤 끊어진 기타를 치든가, 샹송이나 만담을 하든가 아니면 자기의 처한 상황을 소상히 이야기하며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든가, 조그만 재주나 노력을 보이고 손을 내미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시내 정경
시내 정경

 

행인들은 그것을 다 들어보고 돈을 후하게 건네주며 많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애를 업고, 안고, 종이조각에 배가 고프다는 설명문을 들고 냄새나고 더러운 옷을 치렁치렁 걸치고 불쌍한 표정으로 구걸하지만, 행인들은 모르는 척 돈 주는 것에 인색함을 볼 수 있다. 모두 말은 하지 않지만, 너희들의 사정은 딱 하나 아무리 보아도 노력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라는 태도를 짓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들에게는 설명이나 논리의 세계보다 느낌의 세계라는 것이 따로 있어, 자기 마음에 내키는 사람과 일에는 자기를 다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고 싫고 미운 것에는 잔인하도록 냉담한 것을 보고 있으면 그래서 인생살이 또 하나의 묘미가 있나 보다. 더블린에서는 대개 열다섯 전후의 백인 아이들이 구걸했는데 얼굴이 반듯하고 너무 예뻐서인지 그 모습이 도대체 어울리지 않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저리게 했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식민지로 고통을 당했던 작은 나라이며 독립국이다. 여러 면으로 우리에겐 알려진 나라다. 우선 그 유명한 1845년대 흉년으로 그 후 300만 명이나 미국과 영국에 이민을 떠났고 100만 명이 굶어 죽은 나라고 또 인구의 95%가 가톨릭신자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혼과 임신 중절이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고 이로 인해 젊은 남녀들이 많은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시내 교각
시내 교각

 

 

 

이상이 30여 년 전에 내가 처음 더블린에 갔을 때 아일랜드의 가난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10년 전에 두 번째 갔을 때 나는 많은 것이 달라진 모습에서 이들이 경제적으로 대단히 윤택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적극적인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여 개인소득이 세계 최상위권까지 도약하여 경제 부국이 되었다고 하니, "유럽의 한국"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마리라는 한 아일랜드 친구는 본국에서 이혼할 수 없어 외국에서 애인과 결혼하여 새 출발을 하려고 프랑스에 왔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종교는 그 국민 일상생활에 뿌리 깊이 박혀있다. 결국은 신교와 구교의 갈등으로 나라는 두 쪽이 되어버렸고, 종교전쟁에 보낸 아들을 생각하는 노래라는 "아! 목동아(danny  boy)"는 지금도 온 세계에서 애창되고 있다.
 
그리고 케네디 가(家)를 비롯한 현재 쟁쟁한 보스턴, 뉴욕의 아일랜드계 3세대의 성공자들의 고향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이외도 럭비, 골프, 승마를 즐기러 오는 외국인들이 많은가 하면 시내 어디서나 있는 펍(Pub)에 들어가 프랑스 카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음미해 보는 즐거움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 카페니 펍이니 하는 공간은 결국은 말하는 공간이다. 마시는 것은 들러리로 하고 서로 말하고 듣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아일랜드 특유 분위기의 말하는 공간은 그들의 훌륭한 문학 생성과 직결된다고 봐야 한다.
 

아이리쉬 팝
아이리쉬 팝


나는 어렵고 어지러웠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 나라의 명성을 위해서 가장 정직한 땀을 흘린 사람들의 발자취들을 얼른 보고 싶었다.  버나드 쇼(1856~1950), 오스카 와일드(1854~1900), 윌리엄 B. 예이츠(1885~1939), 사무엘 베케트(1906~1989), 존 밀링턴 싱(1871~1909) , 이들은 모두가 더블린 시내 혹은 근교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대문호이며 특히 1900년에서 1930년 사이에 버나드 쇼, 예이츠, 베케트는 노벨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그들이 자랑하는 수많은 시인, 극작가, 소설가들이 있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프랑스의 화가 하는 식으로 더블린은 문학 천재들이 태어난 도시다. 이들 대부분은 파리, 런던, 스위스에서 많이 살았고 특히 세기 초 영국에서 추방 생활을 하면서 글을 써 내었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젊은 나이 인 46세에 금지된 동성연애 사건으로 2년간 노동 금고령을 받고 병으로 파리 체류 호텔에서 사망했는데, 쇼팽, 아뽈리네르, 푸루스트 등 세계의 거장 작가, 예술가등과 함께 파리 동쪽에 있는  유명한 공동묘지인 뻬르 라 쉐즈 (Père Lachaise)에 잠들고 있다. 사망 후 지금 까지도 많은 여성 팬들이 그의 묘소를 찾아가서 묘비에 키스를 해서 묘비가 여성들의 입술연지인 붉은 점으로 점철되어 있는 화보를 어느 날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뻬르 라 쉐즈 (Pere Lachaise) 에 있는 오스카 와일드 묘지
뻬르 라 쉐즈 (Pere Lachaise) 에 있는 오스카 와일드 묘지


더블린 시내에 있으며 작가들의 온상이었던 유명한 국립 도서관과 트리니티  (Trinity) 대학을 둘러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물의 분위기에서도 그들의 긍지가 묻어있는 것 같고, 천재들의 숨결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피곤한 다리를 공원에서 쉬었다. 그 싱싱한 나무들 사이를 걸으면서 “고도를 기다리며”, “더블린 사람들” , 그리고 풍요로운 시들을 생각해 보았다.

트리니티 Trinity 대학
트리니티 Trinity 대학


도시 중심가를 흐르고 있는 리피강 위의 오코넬 교와 율리시스, 멕클리스가 7번지 주인공 블룸이 살던 벽만 남은 집, 브라이턴, 스퀘어 41번지의 조이스 생가와 그가 다니던 술집을 둘러보았던 날 밤은 잠을 쉽게 잘 수가 없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동그랗고 까만 안경테를 낀 작은 콧수염의 조이스 영감이 계속 무엇을 내 귓전에서 얘기하는 것 같아서다.

 

 

제임스 조이스
제임스 조이스


 이상하게 창밖에는 가는 빗줄기가 보이고 도시는 어둠으로 덮이면서 불빛만 번득였다. 갑자기 외롭고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그래도 다음 날 아침은 더블린에서 1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샌디코브의 해변에 있는 제임스 조이스 탑으로 향했다. 가는 길들이 차선으로 그리 넓지 않아 길 주변의 가게들과 여러 시민들의 일상의 풍경들을 차창을 통해서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기존의 탑은 1962년부터 율리시스 작품 덕분으로 조이스의 기념관으로 쓰이고 그의 피아노, 지팡이 등 일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더블린 시내 야경


더블린 시민들의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공에서 보는 푸른 바

다와 녹색의 땅들은 그대로 그림이다. 대작가(作家)인 그들의 선조들이 남긴 유산은 도처에서 치부(致富)되어 있고 그들은 풍요로운 문학 건국의 얼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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