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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 군도 기행 (1) - 그랑 카나리섬 카나리 군도 기행 (1) - 그랑 카나리섬 오래전부터 계획된 여행이라 지도와 역사를 내 나름으로 충분히 익혀 놓았기에, 빠리에서 비행기를 탈 때부터 시험 준비를 착실히 해 놓은 학생처럼 마음 든든한 기분을 느꼈다. 거기다가 스페인어를 잘하는 딸아이와 떠나는 기회라 여유 있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런던이나 프랑크푸르트 같은 유럽 대도시로 가는 승객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람들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늘이 늘 무거운 표정으로 짓누르고 눈이 펑펑 내리기도 하는 긴장감이 도는 중북부 유럽의 1월 중순인데도 불구하고 기내의 승객들은 가벼운 흥분과 고삐에서 풀어진 듯한 자유분방한 6, 7월 바캉스철의 밝은 얼굴들을 짓고 즐거운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하기야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 2024. 3. 4.
Sans titre Sans titre 2024. 2. 25.
에즈(Eze) 빌리지, 프랑스 에즈(Eze) 빌리지, 프랑스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하면서부터 지난 일 년 반 동안 거의 나는 방콕상태로 살았다. 몸도 마음도 허약해졌고 알게 모르게 우리들 삶에 많은 변화가 온 것은 나만이겠는가. 특히 노인들 감염우려가 높다고 파리(Paris)에 사는 아이들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초기에는 한국 정부의 방역 상태가 우수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국 마스크가 제일 안전하다고 국제우편으로 주문해 주기도 했다. 우리 들은 옷과 소지품들을 자주 빨고 닦고 씻고 햇볕에 말리고 집안 청소, 삼시 챙겨 먹는 일로 하루하루 보내면서 매우 단조로운 일상에 익숙해져 버렸다. 특히 작년에는 유럽 여러 국가들의 병균 확진자 수가 아주 높을 때라 한국에 비해 거의 모든 외출이 금지되고 철저히 규제되고 있었다. .. 2024. 2. 21.
눈 이 다인 겨울 처녀되어 오시네 시린 발 감추고 흰 천에 들르시고 바람 비껴 세우고 오시네 이만큼 가까이 오시네 보름날 달무리 놀고 간 자리에도 오시네 새털 달고 오시네 낯익은 천사 되어 오시네 연인 떠나보낸 슬픈 길에도 오시네 봄을 해산하려는 동정녀의 나들이 마을 구석구석 오시고 있네. 2024. 2. 15.
작품 4-16, 작품 4-17 작품 4-16 작품 4-17 2024. 2. 11.
밀스고덴에서, 스웨덴 밀스고덴에서, 스웨덴노르웨이의 구스타브 뷔즈랜드(Gustave Vigeland, 1869∼1943)와 스웨덴의 칼 밀스(Carl Milles, 1875~1955) 두 조각가의 작품을 보지 않고 돌아간다면 그것은 북구 방문의 부끄러움이다. 이들 두 예술가에 대한 그들 국민의 긍지는 대단하다. 여름의 스톡홀름은 지상의 낙원이다. 기후, 산천의 아름다움, 사람들의 여유, 도시의 우아함, 한마디로 나는 첫눈에 반해 버렸다. 시간만 있으면 오래 좀 머물고 싶은 도시이다. 지금까지 스웨덴에 대한 나의 관심은 지극히 피상적이었다. 나의 최초의 관심은 대부분의 내 또래 한국 여성들처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여주인공 잉그릿 버그만에서 시작된다. 지금도 나는 그녀가 출연했던 두 영화를 잊을 수 없다. 특히 암으.. 2024. 2. 6.
작품 4-15 작품 4-15 2024. 1. 24.
마르세이유 항구, 프랑스 마르세이유 항구, 프랑스 대학을 졸업하던 그 해 한 달 동안 배를 타고 난생 처음으로 유럽 땅에 발을 디딘 곳이 마르세이유 항구다. 그때 내 시야에 들어왔던 풍경들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나는 미지의 망망대해를 향하고자 하는 정열과 호기심을 잠재우지 못해 프랑스로 가는 방편으로 비행기를 타지 않고 선박을 선택했다. 인도양을 건널 때 무서웠던 폭풍우와 산더미 같은 파도가 몰아칠 때 배 한구석에서 공포에 떨며 기도를 했던 생각이 난다. 아마 나는 그때 시인적인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항구는 지금도 공항보다 더 큰 매력이다. 항구는 출발과 이별이 있고 눈물과 기쁨이 있어 인간들의 삶이 우리들 피부에 아주 쉽게 와닿는 공간이다.    마르세이유가 유럽의 다른 중요한 항구들보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2024. 1. 19.
작품 4-14 작품 4-14 2024. 1. 14.
바르셀로나의 바리오 고띠꼬,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바리오 고띠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쁘라짜 데까따루냐 근처에 호텔방을 정한 것은 내가 이번에 꼼꼼히 보고자 했던 중세 건축 구역이 가까이 있고, 또 주변에 널려 있는 중요한 기념물들이 멀지 않아서 나에게는 좀 비싼 곳이었지만 칼데론(Calderon) 호텔에 들기로 했다. 현관에 들어가자마자 영어, 불어, 독일어가 웅성거리는 것으로 보아 꽤 외화를 벌어들이는 숙소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리셉션 벽 전체를 덮고 있던 수채화들이 유난히 내 눈을 즐겁게 했다.그리고 승강기를 타고 내 방 쪽으로 가는 도중 벽마다 붙어 있는 그림들도 모두 수채화였는데, 하나도 모조가 아닌 현관 것과 동일 화가의 사인이 든 진품들이었다. 꽤 괜찮은 호텔에도 보통 모조품을 근사한 액자에 넣어 놓는 것이 보통인데,.. 2024. 1. 5.
12 월에 12 월에 차가운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 들어온다. 사랑하는 친구를 만난 환희도 사라져 버렸다. 꽃도 잎도 모두 부산하게 떠나 버린 빈자리에 나는 나목처럼 서 있다. 12월이 다가오면 인간은 누구나 숙연한 시간 앞에 서는 것 같다. 멀고 아득한 뒤안길도 한번 되돌아본다. 지난 현란했던 여름 축제가 밀물처럼 밀려와 가슴을 치고 달아난다. 프로방스 아파트 앞 휘어진 노송(老松) 위에 걸렸던 유순하던 그 달도, 공원의 나무들도, 바람이 실어 오던 땡의 향기도, 여름 풀벌레 소리도 이제 물기 없는 대지에 슬픈 노래되어 여름 제(祭)에 묻어가 버린 지 오래다. 허허로운 밤에 깡마른 언어만 깨어 원고지에 즐비하다. 이것들도 결합되었는가 하면 해체되고, 해체되었는가 하면 다시 모여들어 수시로 들쭉날쭉해서 나를 혼란.. 2023. 12. 23.
숲의 나라, 음악의 향연장/ 오스트리아 숲의 나라, 음악의 향연장(饗宴場)/ 오스트리아 스위스가 나는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나라인 줄 알았는데 최근 스위스 사람들이  “요즈음 젊은 아이들은 무질서해졌고 쓰레기도 아무 곳에나 슬쩍 버리려 들고 못 쓰겠어, 정말 오스트리아는 어디를 가나 깨끗해..."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과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가 보니 정말 깨끗했다. 그런데 비엔나 비행장에 도착했을 때 한 가지 불편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공항 안내 팻말이 거의  영어나 불어가 아닌 독일어이었기 때문이다. 어디가 짐 찾는 곳인지 어디가 출구고 입구인지 우리는 당황했다. 우리는 유명한 스테판 성당 광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구가(舊家) 조그만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날 하늘은 약간 무거웠다. 거무스름한 회색하늘과 비엔나의 고옥들..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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