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16 무녀 (巫女) 무녀 (巫女) 이 다인권해 주는 그대 없어 오늘밤 술잔 못 비웠네.언제는술이 좋아 나 취했나그대 좋아 술 마셨지.영혼들이 걸어가는 旅路에는 빗물에도 취하고 바람에도 취한다.그 어느 巫女도필연코 내밀이 자라서 하늘에 치솟고눈물과 웃음이 뒤범벅되던 날 급자기 소리가 푸념되어몸이 풀렸고 취하다가 취하다가신이 붙은 그녀,하늘을 맨발로 드나든다 땅을 난다바람을 몰고 온다그 안에서 선다하얀 춤을 춘다취하고눕는다또 취하고. 2024. 12. 15. 가을 가을 이 다인빛바랜 행복을 걸치고 비스듬이 누워있는 뜰에 코스모스가 지나가는 구름보고 흔들어 낸다 지붕위에 널린 고추광주리 손보시는 조모님의 흰머리 털도 하늘을 보고 흔들거린다 아우여, 빗장을 삐꺽거리는 바람사이로 당도하는 계절을 쓰다달다 말고 공손하게 맞자 어느 시절인들찾아 온귀객 아니냐 2024. 10. 5. 거부된 시간 거부된 시간 이 다인 광음의 속도로 밀려든 순간 앞에 나는 장황한 설명을 잃었다. 엄청나게 큰 율동이 일 때 수난을 같이한 풍경이라 예감했지만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정교한 아름다움 앞에 눈부신 파국을 연상한다. 목련을 피우지 못할 질서라면 상금도 빛을 거두자, 때늦은 체념이라도 긴 여정에는 늦지 않다. 속살 속에 자라온 서럽도록 투명한 예지가 마음에 담겨진 선율을 눈썹 밖으로 흘러 보낸다. 햇빛이 날라 주는 그 뜨거운 위로도 잘려진 시간 위에 엉거주춤 서 있다. 2024. 9. 18. 어머님의 새벽 어머님의 새벽 이 다인 수줍고 조심스러워 한입 담고도 열지 못하던 연꽃 말씀을 첫닭이 울 때마다 默讀 하시던 어머님 동남을 향하여 합장하실 때는 인도의 열풍인듯 보리수 향인듯 치마폭 자욱이 안개되어 묻어오르는 새벽이여, 치마끈 여미시고 이윽고 音讀으로 그 말씀 목을 놓고 엮어내며는 파리약에 취한듯 백팔번뇌가 탈기하여 뒷걸음질하는 새벽이여, 보라색 五更 자비를 품으시고 영혼의 앙금을 걷어 내시는 어머님의 새벽이여. 2024. 8. 3. 詩, 너는... 詩, 너는... 이 다인詩, 너는 인생 한복판에자리 잡고 있어싫고 밉고 아픈 것을 피해 가는요령을 거부한다기에이것도 참고 저것도 참고,참아 참아 지내건만이것아,너 까다로운 성질에마음 잘날 없구나거기다가품위와 향기를 고집하니詩心을 파는 일꾼들은핏기 마른 얼굴이 저기서도 신음하고여기서도 한숨 지운다목마르고 허기진 사람세월에 칭칭 감겨가슴 조이다가너 진면목 보지 못한 사람한으로 떠나보내련가. 2024. 7. 7. 囚人 (수인) 囚人 (수인) 이 다인 獄門은 둔탁하게 닫혀 버렸다. 누군가 내뿜은 한숨 뒤에도 별들은 총총히 밀어를 준비하고 坑道와 감방을 드나든다는 바람만은 늙은 전옥처럼 도도한 걸음을 하고 노후한 벽 넘어 귀에 익은 마른기침소리 뼈에 부딪쳐 메아리 되어 돌아가는 저문 길에 나는 속죄받은 囚人인가. 2024. 6. 15. 나비에게 나비에게 이 다인 풍전등화같은 목숨을 타고도그렇게 즐거우냐평생을 춤추며꽃을 넘나드는 나비야전생의 지은 업보무엇이기에빛고운 날개펴고 꽃이슬 먹고 사느냐 나비야 나비야꽃향기 거느리고겨울꿈에 왔던 나비야 돌아오는 봄엘랑 도수 맞는 안경 끼고 오너라 초가에 거미줄은 없어졌지만 콘크리트 벽에 걸린 유리창에 날개 다칠까 무섭구나. 2024. 5. 10. 三月에 띄웠던 편지 三月에 띄웠던 편지 이 다인 금지환을 끼워준 남자와 구름 한 점 없었던 세월에 만상이 죽었는가 하면 또 기어이 살아나기 거듭하던 三月이 오던 날, 마흔이 넘어서니 호강에 겨워 잣죽 쑤던 일도 무료하여 예사롭지 않는 일 한 번 하고 싶다고 간절히 써 보낸 친구에게 月 火 水 木 金 戀愛로 살던 淑이었다면 그 짓도 이력이 생겼을 텐데. "이 친구야, 너 정 그렇다면 永生을 누릴 일 보장된 독신남자 소개하마. 나이도 좋구먼 설흔 세 살이던가... 아랍 남자, 예수 어떻니? 知足禪帥 삼십 년 불도를 버리고 黃真伊에게 함락당한 걸 보면 너 熱愛에 한쪽 눈이라도 팔고 질투도 없는 수많은 여자들의 흠모에 끼여 그 사나이의 제일 여자로 승격될지 누가 아느냐." 아직도 答이 없는 걸 보니 마음이 없다는 건지 수줍은 건지.. 2024. 4. 16. 겨울밤 겨울밤 이 다인 콩알처럼 보송보송 꽃눈을 多產하는 저 나무를 위해 잉태의 번뇌를 인고하는 너. 흰눈이 펑펑 내려 시간을 떠밀고 삭풍이 불어 바늘 끝처럼 아픈 대지 위에서 조심스레 지키고 섰는 허공의 파수병. 눈물이 뒤섞이는 어슴프레한 분만의 새벽 고고한 울음없이 태어나는 노란 새순을 보며 혹한 속에 서성거린 유령같은 걸음이 이적의 시간 속에 눈을 감는다. 2024. 3. 22. 눈 눈 이 다인 겨울 처녀되어 오시네 시린 발 감추고 흰 천에 들르시고 바람 비껴 세우고 오시네 이만큼 가까이 오시네 보름날 달무리 놀고 간 자리에도 오시네 새털 달고 오시네 낯익은 천사 되어 오시네 연인 떠나보낸 슬픈 길에도 오시네 봄을 해산하려는 동정녀의 나들이 마을 구석구석 오시고 있네. 2024. 2. 15. 12 월에 12 월에 차가운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 들어온다. 사랑하는 친구를 만난 환희도 사라져 버렸다. 꽃도 잎도 모두 부산하게 떠나 버린 빈자리에 나는 나목처럼 서 있다. 12월이 다가오면 인간은 누구나 숙연한 시간 앞에 서는 것 같다. 멀고 아득한 뒤안길도 한번 되돌아본다. 지난 현란했던 여름 축제가 밀물처럼 밀려와 가슴을 치고 달아난다. 프로방스 아파트 앞 휘어진 노송(老松) 위에 걸렸던 유순하던 그 달도, 공원의 나무들도, 바람이 실어 오던 땡의 향기도, 여름 풀벌레 소리도 이제 물기 없는 대지에 슬픈 노래되어 여름 제(祭)에 묻어가 버린 지 오래다. 허허로운 밤에 깡마른 언어만 깨어 원고지에 즐비하다. 이것들도 결합되었는가 하면 해체되고, 해체되었는가 하면 다시 모여들어 수시로 들쭉날쭉해서 나를 혼란.. 2023. 12. 23. 오리 오리 이 다인 나는 사지 불실로 뒤뚝뒤뚝 걸어다닙니다. 나는 비늘 대신 털이 있어 헤엄을 잘 못칩니다. 그런대로 땅과 물속을 왕래하는 자유 旅券을 가진 셈입니다. 잘 보셨겠지만 손발 가죽 사이에 살가죽이 있어 그러합니다. 병신이지요, 신체 불구이지요. 시치미 떼고 배신하는 사람을 "오리발 내민다"고 한다는데 죄없는 몸뚱이를 그런 뜻에 쓰지 말아 주십시요. 누명을 부둥켜안고 통곡합니다. 2023. 10. 20.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