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나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물 위에 다리가 걸려있는 풍경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다리에 대한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나는 가끔은 서울이 좋아진다. 어린애처럼 단순한 이유에서다. 출렁이는 한강에 다리가 많이 걸려 있어서 좋다.
“물 위에 있지 않는 나라를 보셨습니까? 흐르는 물, 푸른 물, 물기가 없는 곳에 있는 다리는 이미 다리가 아닙니다. 오작교도 무지개도 천공이란 바다에 전설의 다리랍니다.
동서바다의 다리로는 선비들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과 머리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샘솟습니다. 메마르지 않습니다. 화예를 도우는 깨끗한 습지입니다. 메마른 곳에서는 한 포기 풀도 자랄 수 없습니다.
다리가 있는 곳은 주고받는 왕래가 있는 삶이 있는 곳입니다. 예술은 영(靈)의 다리고 기도는 하느님과 사람의 것이고 함박눈은 하늘과 땅의 다리입니다. 그렇다. 다리는 이렇게 우리의 생생한 삶이 표상된다. 전쟁 때 폭파된 한강 다리를 생각하면 이별이요, 눈물이요, 죽음이었다.
과거에는 한강을 건널 일이 있어 그 위를 걷고 있으면 혹시 보행 중에 무슨 변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불안이 스쳐가기도 했다. 다리라고 하면 영화를 통해 본 “콰이강의 다리"도 연상이 되고, 스페인 내란 중에 죽음을 불사하며 다리를 폭파하려던 영웅들의 생생한 모습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서 다리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시사한다.
지금 한강에는 무려 30여 개의 다리가 있다. 한강이 사실상 우리나라의 젖줄이고 그 강폭도 넓어 크기면에서는 세계의 어느 나라 강에 못지않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선진 기술력으로 시공된 현대적이고 튼튼해 보이는 다리가 많다. 과거와 같은 불안은 없어졌다. 지금은 세계적인 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예술적인 측면도 많이 고려했고, 실용성 있고 편리하게 건설되어 있다. 한 도시의 교각은 그 나라의 국력이라고까지 한 사람도 있다.
다리는 시골 얕은 개천을 건널 수 있는 돌다리를 비롯해서 징검다리, 시멘트, 철강 등 재료와 디자인이 다양하고 꾸준히 발전해 왔다. 세계에는 유명한 다리가 많다. 다리에 대한 기록을 보면 B.C 54년 시저가 라인강에 나무다리를 자주 세우기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다리문화가 시작된다고 쓰여있다.
룩셈부르크의 돌로만 된 아돌프다리(1903년),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1933~37,1280 M), (1933~37,1280 M), 시드니의 무지개다리(1932년, 500M) 등 수많은 유명한 다리들이 그 대표들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교각의 실용성을 인정하기도 하지만, 윗글에서처럼 다리의 상징성, 문학성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내 방에는 예쁜 다리가 그려진 그림이 늘 하나 걸려있다. 그것을 그린 화가의 세필사용이나 예술적 감각도 훌륭하지만 그 다리가 걸려있는 도시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나는 즐기고 있다. 다리가 많은 도시로는 파리, 베니스, 암스테르담 등이다. 이 얼마나 모두 여성들 같이 아름답고 개성이 뚜렷한 도시들인가.
특히 센 강에 걸린 수많은 다리들의 모양, 재료, 색깔 등이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으면서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자태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파리의 그 무엇보다 나는 다리를 사랑한다. 다리에는 오고 가는 삶이 있기 때문에 인생의 사연들도 많다.
사랑하는 남녀가 안개 자욱한 교각을 걸어가는 뒷모습도 좋을 뿐만 아니라 혼자 무엇을 사색하며 서있는 모습도 잘 어울린다. 다리 난간에서 몸을 던지는 사람들까지도 멋으로 느껴지며 신비의 공간으로 생각된다는 사람들까지도 있다. 이렇게 다리는 많은 여운을 남기면서 항상 거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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