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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外

북 아프리카 최대의 로마 유적지,렙티스 마그나 (Laptise Magna) /리비아 ( 2 )

by 이다인 202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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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아프리카 최대의 로마 유적지, 렙티스 마그나 (Laptise Magna) /리비아  ( 2 ) 
    

지중해가 바다가 아니라 "로마의 호수"라는 말이 있듯이 지중해의 모든 항구와 해안 도시들은 당시 로마제국에 속해 있었음을 실감하였다. 세베루스황제의 금의환향을 상징하고 있는 "개선문"은 지금 모든 세계 관광객을 맞이하며 2천여 년의 세월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묘한 위엄까지 갖추고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세베루스황제의 금의환향을 상징하고 있는 개선문
세베루스황제의 금의환향을 상징하고 있는 개선문

 
둥근 아치에 담긴 파란 하늘과 황제를 영접하는 모습들의 부조, 섬세한 조각들, 사암과 석회암으로 되어 있는 석축, 유카리스나무들 이런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으면 "리비아에 가면 언행을 조심하고 모든 긴장을 완전히 풀지 말라"라고 하던 조언들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개선문을 시작으로 포롬 신전, 시장, 공중목욕탕, 수류식 화장실 그리고 열주 최근에 찾아냈다는 수도시설에서 수영장, 주거지, 여기저기 발 닿는 대로 돌아다보고 열심히 안내자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는 가져간 간단한 책자를 꺼내 보기도 하다 보니 국토 전체의 90퍼센트가 사막이라는 나라의 여름 폭서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나는 로마 유적에 심취하여 하나라도 놓칠세라 땀투성이가 된 채로 '로마'에 깊이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포롬 신전
포롬 신전


이곳 유적이 특별히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그 보전상태가 아주 양호하다는 전문가들의 평이다.  그에 따라 1982년 UNESCO에 세계 문화 유적으로 등재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하드리안 목욕탕 사우나 쪽에는 대리석 기둥과 화려했을 장식흔적과 벽이 꽤 남아있었고 전체적으로 규모가 대단했다. 사 평방 킬로미터라는 넓은 지반 위에 세워진 걸출한 아름다운 도시였음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하드리안 목욕탕
하드리안 목욕탕

특별히 나 개인적인 호감은 그림같이 펼쳐진 지중해를 코앞에 두고 있는 입지조건이었다. "원더풀" 하며 가다듬지도 않는 원형 같은 소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일세기 초에 건립된 야외극장은 일만 오천 명이 입장할 수 있는 큰 규모이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들이하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멋지고 멋진 공간이다.
 
비록 "고대로마의 잔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나의 시드니와 덴마크의 우아하면서도 화려했던 오페라하우스의 경험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린 공간의 값진 체험이다. 그리고 '폐허'라는 단어가 어딘지 모르게 늘 부정적 이미지로만 여겨왔던 것을 교정하기로 했다.
 
 허무, 실패, 고독, 슬픔, 아픔, 무정... 이런 낱말들을 불허한다고 중얼거렸던 것 같다. 태양, 바람, 물과 폐허의 진화가 그렇게 굉장한 예술의 경지로 나를 매료시킬 것이라고는 상상해보지 않았다. 무대 앞 돌층계를 올라가 여유 있게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나도 모르게 충일감으로 행복하기만 했다. 

수류식 화장실

오랫동안 많이 보아 왔던 벤허, 율리시저, 스파타커스 클레오파트라 등의 영화의 작중 인물들과 그들의 의상과 무대들을 상상하며 걷고 있었더니 갑자기 아주 긴 돌의자에 일 미터 간격쯤으로 구멍들이 뚫려 있었는데 그것들이 바로 화장실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구멍 아래는 물이 흘러내려 소위 수류식이란 것이었다. 그 공간을 이용하는 동안 서로 옆사람과 대화도 나누고, 사우나에 같이 가기도 하고 정치, 군사, 경제, 사랑을 자연스럽게 긴장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일종의 상류사회의 사교장이기도 한 문화공간이란 설명이었다.
 
로마 상류층의 호의호식은 상상을 초월하는 예로 좋은 포도주 한 통을 마시기 위해 프랑스 원주민에게 노예 한 명을 주고 바꾸었다는 얘기도 있다. 프랑스 포도주의 본격적인 산업화 저변에는 로마의 30개 군단의 덕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 미항에서 발굴된 다양한 디자인의 많은 황금장식들도 쾌락과 무절제한 그들의 사치욕구의 도구들이었다. 

당시 큰 상업항구 도시였던 이곳 사람들이 많이 붐볐을 시장에는 봉헌아치가 있었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돌 위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유럽적인 일체의 것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몸짓으로 다리를 쉬어주었다. 250개나 되는 대리석 기둥을 이탈리아에서 실어왔다는 것을 알고 모두 놀라워하면서 손으로 쓰다듬어 보기도 했고 목욕탕 입구 기둥 주두에 장식된 화려함을 쳐다보며 떠날 줄 모르며 서성거렸다.
 
원로원이나 법원 등 공적 건물들이 서 있었던 포럼은 그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되었으나 여러 개의 메두사 얼굴 조각이 왜 그 공간에 있어야 했는지 궁금했다. 아테네 여신의 저주를 받아 목이 잘린 그리스 신화의 전쟁, 지혜, 문명을 상징하는 여신 메두사를 거기 조각한 뜻은 아마 도시 수호신으로라도 여겼던 것일까...
 

메두사 얼굴 조각
메두사 얼굴 조각

 
가로 60미터 세로 100미터의 면적을 가지는 광장은 들쑥날쑥 파손된 짧고 혹은 긴 대리석 기둥들이 세월의 흔적인 양 강열한 태양 아래 누워서 가끔 지중해 파도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오수를 즐기고 있는 듯 아쉬워 발걸음이 느려져 버린 몸을 주체하며 뒤돌아보지 않고 나는 포도를 걸어 나왔다. 길섶에서 우연히 이름도 없는 난쟁이 풀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직 인사를 드리듯 지나가는 바다 바람을 붙들고 몸을 떨며 나에게 "안녕" 하며  손짓하고 있었다. 

세베루스 황제의 야심에 걸맞은 당시 로마 도시 건축 수준은 지금 까지도 전문가들에게 많이 참고되고 그 기술의 고도화에 놀라며 특히 참신했던 윤곽과 직각설계 등 종합 미학의 표본이라고들 한다. 특히 내가 가본 남불 뽕 뒤 가르(Pont du gard) 아치교를 처음 보았을 때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 시대에 어떻게 님므(NIMES)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저런 엄청난 수도교를 건립했을까. 경이롭기만 했다. 
 

렙티스 마그나의 로마식 수로교 유적
렙티스 마그나의 로마식 수로교 유적
남불 뽕 뒤 가르(Pont du gard) 아치형 수로교
남불 뽕 뒤 가르(Pont du gard) 아치형 수로교

 
그런데 여기에 있는 댐과 수로도 지중해 서쪽 위험한 급류 조절을 위한  대 공사에 의한 것으로 완벽한 로마 기술력 의 걸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유적들을 보면  수영장, 사우나, 목욕문화와 더불어 사치와 쾌락의 극치를 누리며 음모와 부패까지도 곁들여 즐겼던 로마 제국이 연상되며,  우리는 이러한 흥망성쇠의 장면들을 영화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아왔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단숨에 묻혔던 폼페이의 사치스러운 밤생활이 그랬고 랩티스 마그나의 귀족들의 생활도 충분히 짐작이 가는 도시다. 전자가 연기와 재에 묻혔다면 후자는 모래에 묻혔던 것이 다를 뿐이다. 랩티스 마그나라는 도시이름의 "마그나"는 그리스어의 형용사 "위대한" 뜻이 담겼다고 하는데 이 도시를 돌아보면서 작명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트리폴리에 들어갔다. 전반적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우리나라 70-80년대 중소도시 정도였던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아랍의 봄"이 오기 전 대로에 여기저기 걸려있는 대형 카다피의 모습은 듣고 있던 대로 왕정시대의 "제국의 군주"였다. 튀니지에서 시작한 아프리카의 봄이 오기를 많은 민주국가들이 기대했건만 당시 예멘의 압둘라 살레(33년 독재), 이집트의 무바라크(30년), 리비아의 카다피(42년) 3인방은 다 사라졌건만 아직도 활짝 피는 봄도 여름도 오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우연히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국을 아주 잘 아는 현지인을 만났다. 그는 벵가지를 오가며 한국인 안내 통역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젠 오래전 일이 되었지만 82년부터 시작된 동아건설이 사막을 가로지르는 송수관을 만든 7년간의 대공사를 영국, 프랑스, 일본을 제치고 해낸 업적과 함께 그리고 사막에 수로를 이용하여 원형농장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다고 하며 신이 나서 설명해 주었다.
 

 
페니키아인들이 건설한 기원전 8~9세기 세운 지중해 무역항 오헤아 (현 트리폴리), 렙티스 마그나, 사브 라타(트리폴리에서 서부 80 킬로미터) 세 곳을 다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단체여행의 한계라고 생각하고 젊음의 열정과 무한의 상상력 그리고 체력을 나도 가진 적이 있었지 위로하면서 5개의 돛을 한껏 펄럭이고 있는 선박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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