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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外

거대한 동토 북극 가는 길, 그린란드 ( 1 )

by 이다인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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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인간의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의 정서를 응축하고 오감각을 통해 인간에게 감동을 일으킨다. 안팎의 깊은 사유와 조화 특히 음악적 요소와 밀착 작용하여 생성되는 언어 예술이라고 한다면 거대한 빙원, 빙하, 설국... 이런 이미지들은 나에게 시 자체인 양 다가온다.

 

그린란드 위치

북극 그린린드, 나는 이곳을 오기 전에  어느 순간 멀리 어디를 떠나고 싶은 강한 충동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오랫동안 막연히 북극을 꿈꾸었다. 정보를 얻어보고 준비를 하는 동안 문득문득 가슴이 설렜고 멋있고 말 통하는 연인이라도 만나는 것처럼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드디어 북극 가기에 제철이라는 8월에 떠나는 배표 한 장을 손에 쥐었다. 일단 파리에서 코펜하겐, 레이캬비크까지는 비행기 편으로 가서 아이슬란드에서 며칠을 지내다가 영국에서 오기로 된 친구 A와 합류하여 북극 입성 전야를 맞기로 했다.

할그림스 교회(Hallgrims Church) 종탑
할그림스 교회(Hallgrims Church) 종탑

관광책자를 따라 할그림스 교회 (Hallgrims Church) 종탑 위에 올라가 한눈에 보이는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고 빨강 노랑 초록 형형색색의 인형집 같은 작은 나무집들과 몇 예술 문화 전시장, 해변도로를 한참 따라가 만난 블루라군이란 야외 온천장, 간헐적으로 뜨거운 물이 이삼십 미 더 높이 솟아나던 게이시르, 내륙 쪽의 굴포스 폭포, 1955년 노벨 문학 수상자인 락스네스(Laxness, 1902년~1998년) 기념관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시간에 맞춰 크루즈 선박 디스커버리가 정박하고 있는 항구로 갔다.
 
항구라는 것은 언제나 만남과 이별, 눈물 젖은 손수건, 사랑과 환희가 함께 엉켜 뒹굴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되는데 이제 그런 절실한 우리들의 몸짓들은 사라져 버렸고 고 여객선, 화물선, 유조선들이 버티고 있는 바다의 정서는 당당하고 말끔하고 잘 다듬어진 도시적인 얼굴만 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선상에 오르고 있다. 모든 절차를 마친 다음 갑판 위로 올라가니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돌아보며 거닐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검푸른 바다는 만만치 않는 물길을 암시라도 하듯 파도를 철썩이며 배는 서서히 서남으로 방향을 잡고 운신하고 있었다.
 

크루즈선크루즈선
크루즈선

나는 미지로 떠 난다는 상기된 기분도 있었지만 바로 타이타닉호 대형 선박 참사가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그린란드에서 떠내려오던 거대한 빙산을 만나 생긴 침몰사고였다는 생각이 들자 순간 공포심이 일어났다. 그 배에 탔던 미국 철광 거부 벤자민 구겐하임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뉴욕 메이시 백화점 사장이 구명조끼를 하인에게 주고 턱시도를 입고 침몰사 했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한국의 30배 되는 국토에 단 오만여 명이 산다는 그린란드 최남단 프린스 크리스티안 순드(Prins Christian Sund)라는 곳을 통과하기 위하여 밤낮으로 달려오더니 이틀 만에 피요르드가 펼쳐졌다. 배의 속도도 느슨해지면서 숨을 고르는 듯했다. 세계 최고의 이름값을 떨치고 있는 이곳 북위 71도 선에 있는 스코레스비 순드(Scoresby Sund)와 노르웨이의 송네(Songnefjord)와는 규모가 다르지만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특수 지형이란 점에서 다를 바 없다.
 

그린란드 최남단 프린스 크리스티안 순드(Prins Christian Sund)
그린란드 최남단 프린스 크리스티안 순드(Prins Christian Sund)

 

일루리사트(Ilulissat) 아이스 피요르드는 이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관광 보물이다. 천혜의 비경, 눈과 얼음 세계의 신비를 품 은 지상의 가장 큰 얼음 섬... 아마 창조주가 있다면 그는 예술가 중의 예술가임이 틀림없고 죽을힘을 다해서 작업했으리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작아지고 작아지다 슬그머니 없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무상'의 종교와 철학이 존재하나 보다.
 

일루리사트(Ilulissat)아이스 피요르드
일루리사트(Ilulissat)아이스 피요르드


오월까지만 하더라도 수시로 눈보라와 강풍이 찾아와 앞을 가리 고 거리는 한산하더라도 설원을 질주하는 개썰매 스노모빌이 완전 히 멈추지 않는다. 전통을 지키며 극한상황의 삶을 팽개치지 않는 원주민 이누이트족들의 강인함과 도전 정신은 바로 인간 승리다. 그들은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공동체에 큰 가치를 두고 아내까지 공유했던 시대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참모습은 서해안 어촌, 아직도 우리에게는 향수로 남아있는 나루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작은 어선들이 아무렇게나 놓인 듯 매달려 넘실거리고 웃어대며 큰 소리로 쏟아내는 사나이들의 유머와 인정은 아직도 뜨겁기만 하다. 그날 만난 큰 키에 눈매가 유난히 서글서글하던 초로의 그 어부는 내가 잘 알고 있는 한 유럽 명문대학 교수의 농담을 환기시켰다. "나는 최고의 지식인이지만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나는 평생 내 손으로 여성을 안아주고 어루만져 주었거든요." 그때 사람들 은 폭소를 했고 근엄하던 그에게 모두가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여름이라 바다도 검푸르다. 칼바람도 자취를 감추었다. 남극에는 무리 지어 사는 턱시도를 입은 것 같은 남극 신사 펭귄이 있는가 하 면 북극에는 사랑받는 멋쟁이 호피무늬를 입은 바다표범과 백곰이 한껏 뽐내고 있다. 이웃나라 아이슬란드에 말 전용도로가 따로 있고 혈통 관리에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듯이 여기에서는 진돗개처럼 생긴 개 출입국과 순종 개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한다. 그 방대한 국토에 고속도로가 부재하니 개썰매만이 전국 어디에서나 갈 수 있는 중요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북극 개썰매
북극 개썰매

 

이들의 역사는 북 캐나다 순록 사냥꾼들로 시작된다.(BC 2400) 혹한 속에 먹거리가 없어지고 병마에 시달리기라도 하면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어느 날 붉은 털이 있는 노르웨이 바이킹 에릭 더 레드 (Eric The Red.985년)가 출현한다. 그는 자국 노르웨이에서 사람을 죽여 아이슬란드로 쫓겨났고 또 거기서도 살인자로 추방당해 배 14 척을 끌고 그린란드에 이주하여 정착한 최초의 유럽인으로 역사상 에 등장한다. 그곳이 눈과 얼음의 하얀 땅이 아니라 식물이 자라는 녹색 땅이라고 그는 허위 선전을 하여 이주민을 모았다고 한다. 오늘날 그린란드 (Greenland)라는 국명의 뒷얘기이다.

일루리사트에 가면 꼭 들려주는 두 덴마크 사람 이야기가 있는데 그들은 인류학자이고 그린란드를 누볐던 선교사의 아들 탐험가 크누드 라스무센(Knud Rasmussen)과 그린란드 풍경과 일상을 그린 화가 엠마뉴엘 피터 (Emanuel Peter)이다. 둘 다 이누이트 전통과 그 땅을 사랑하고 그린란드를 표현하는 데 인생을 걸은 사람들이다. 화가가 태어났던 곳은 이제 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전시관이 되어 있다.
 
덴마크 식민지 시대를 상기하며 그들 문화 유입과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인구 80프로, 이누이트 혈통 20프로가 주로 덴마크 혼혈이라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된다. 특히 화가 나 시인들에게는 푸른 바다가 아니라 흰 바다, 얼음 결절로 되는 순백의 꽃들은 깊고 순수한 작품의 산실임을 상상하게 한다.


후속 글 링크/  2023.04.26 - [유럽 外] - 거대한 동토 북극 가는 길, 그린란드 ( 2 )

 

거대한 동토 북극 가는 길, 그린란드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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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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