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광활한 땅처럼 제일 큰, 제일 넓은, 제일 좋은 것을 갖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갖기 위해서 유난히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세인트 루이스(St. Louis)에 내가 처음 방문했을 때 도시 한가운데 흐르는 미시시피 강줄기 앞에 우뚝 솟은 하얀 아치(Gateway Arch)에 대한 여러 사람의 소갯말이 있었다.
이 아치는 지금 거의 St. Louis의 상징으로 되어버린 것 같다. 정확하게. 그 높이가 얼마인지 기억에 없으나, 저공 하는 비행기가 아치 두 다리 사이를 날아갔던 적이 있으니까 얼마만큼 높은 초현대식 건축물인지 상상이 될 것이다. 언젠가 한번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시 전경을 보기 위해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현기증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10년 후인 지금, 여기 와서 또 하나 놀라운 규모로 된 St.Louis의 자랑인, 'Missouri Botanical Garden'이란 곳을 소개받았다. 이 식물원은 이 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1859년 Henry Shaw라는 St. Louis의 사업가에 의해서 설립되었다. 그는 1889년 89세를 일기로 타계할 때까지 이 식물원을 관리하는 일로 행복한 생을 마쳤다고 한다.
이 정원이 사회와 국민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건사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라고 했다. Shaw의 이름으로 이 식물원이 유명해지면서 국제적인 안목으로 발전했고 원예전시, 교육프로그램, 과학연구 또 독서, 영화, 음악회, 연극 등 문화 행사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는 사실도 나는 여기와 서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 규모나 운영면을 간단히 훑어보면, 우선 79 에이커나 되는 땅에 20여 개 되는 크고 작은 건물이 들어있고 행정관, 기념관, 박물관, 식당, 쇼핑센터 조각들과 분수, 8종류의 특수성을 살린 화려하고 아름다운 광대한 가든들이 펼쳐져 있으며 Gray Summit에 2,400 에이커나 되는 산림공원을 따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의 이용도를 보면 연간 10만 이상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거쳐가는가 하면 성인들도 꽃이나 나무를 찍는 사진인들과채소 재배법에 관한 관심 있는 사람들로부터 식물학과 대학원생들에 이르기까지 와서 실제로 견학하고 기술을 익혀가는가 하면 일반 방문객의 수는 사시사철 줄을 서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평균 600명 정도의 자원 봉사자들이 그들의 시간과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인지 알만하다. 특히 봄, 여름에 장미원 방문객들은 6,000주 이상되는 장미들의 다양한 모양과 색상, 종류에 감탄하며 거기를 떠나기를 싫어한다고 한다. 이곳은 전 미국의 장미선발회에 의해서 'Test Center’로 정해진 곳이다.
여기서는 가장 개성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일본 가든과 영국 가든이 하이라이트며 가장 큰 자랑이라고 한다. 넓은 호수와 더불어 설계된 수많은 나무들이 덮힌 일본 가든은 동양적인 온화함과 일본적인 철학, 인공적인 섬세함, 상징성이 함께 어울려 특히 꽃시절에 풍기는 그 조화는 일색이라고 모두 입을 모은다.
햇살이 정겹게 내리는 초봄쯤에 와서 나도 호수 속에 있는 야외 찻집에서 은은한 향기가 맴도는 일본 녹차 한잔쯤 예쁜 찻잔에 받쳐 마시며 멋있는 친구와 근사한 대화를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리고 영국 가든에서는 넓은 잔디 위에 버티고 있는 거목들의 그늘 아래서 19세기 연애소설 한 권쯤가지고 와서 조용히 읽고 즐겼으면 좋았으련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서있는 곳에서 50여 미터 밖, 깔끔한 분수가 있는 곳에서 어디선가 본 듯하고, 낯익은 조상 세 개가 공중높이 비상하고 있는 듯 서 있었다. 나는 같이 간 친구에게 서둘러 가보자고 했다. 아! 아니다 다를까 바로 내가 몇 년 전 스웨덴에 갔을 때 ‘밀레스고덴’에서 처음 보고 첫눈에 반한 작품들이다. 그 미끈한 그리스식 돌기둥 높은 곳에 플루트를 불고 있는 천사, 팬피리와 호른을 부는 천사들과 또 다른 4개의 동상들이 분수가 있는 물위에 놓여 있지 않겠는가. 이것은 바로 금세기의 대예술가 칼 밀레스(Carl Milles, 1875-1955)의 작품이다.
어째서 몇년전에 스웨덴에서 보았던 것과 꼭 같은 작품이 여기까지 와있을까 하고 내 눈을 의심하고 분수 앞에 붙은 팻말의 설명서를 읽어보았더니 'Gateway 재단'에 의하여 스톡홀롬의 밀레스 가든에서 이곳으로 빌려온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로서는 도저히 그것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그 경비는 얼마나 엄청났겠으며 그 무거운 돌로 된 예술 작품을 한치의 손상도 없이 감쪽같이 옮겨놓은 실력 또한 나를 대단히 놀라게 한다.
그 외에도 이 정원 도처에 있는 고전에서 현대작품에 이르는 조각들은 세계적인 거장들 Alexander Calder, Henry Moore, Carl Milles의 것이었다. 그 넓은 공간을 식물원으로서는 거의 완벽할 정도로 고루고루 있을 것 다 갖추어지고 빈틈없이 관리되고 있었다. 방문객들도 식물원이고 야외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입고 신고 다닐 수 없었다. 그러므로 옷도 단정히 입어야 하며, 개나 애완동물을 데리고 들어올 수 없다.
과일이나 식물을 따거나 음식을 아무 데서나 먹거나 잔디 위에 의자 같은 것을 놓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반드시 먹는 장소가 정해져 있어 규율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었다. 세계 구석구석에 있는 희귀종들도 수도 없이 많이 수집되어 있었고 생전에 Shaw씨를 가장 기쁘게 한 것은 희귀 식물이 수집되었을 때였다고 한다. 후세를 위해서 이렇게 훌륭한 삶을 살고 간 사람들을 보게 되면 나는 늘 굉장한 존경심이 생긴다.
St. Louis는 미국 대륙에서 제일 한가운데 있는 도시로서 맥도널 더글라스 전투기 항공제작과 맥주, 자동차, 신발 등 산업도시로 발전되었으며, 다른 주보다 수입고가 월등하게 높은 곳이다. 4개의 대학과 시인 T.S Eliot의 고향이며 총인구의 40퍼센트가 흑인이고 1974년 불란서 함정사냥꾼들에 의해서 세워졌다.
나는 1803년에 미국땅으로 된 도시라는 지극히 피상적인 상식을 가졌고, 도시, 기후조건, 풍경이 특별히 사람을 끌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Missouri Botanical Garden'이 구중궁궐의 여왕처럼 아름답고 여유있게 버티고 있는 것을 보고, 이곳 시민들의 속실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St.Louis가 확실히 무엇인가 나에게 보여준 셈이다.
이 식물원은 이 도시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비록 Shaw 씨는 뜻이 아무리 훌륭하고 높고 큰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100년 이상 아무 탈없이 계승받고 발전시켜 온 것은 그 가문의 실력이며 이곳 시민들의 실력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St.Louis의 실력과 정신은 번쩍번쩍 눈에 띄이는 동적인 것에 있지 않고 다소곳이 숨어있고 소박하며 건전한 즉 식물적인 상징에서 찾는 것이 옳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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