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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세이

글과 그림, 봄을 담았을까...

by 이다인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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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화폭에 담으면서 옛날 큰 선비들은 붓으로 글을 쓰고 같은 붓으로 난을 친다든가 풍경이나 꽃쯤은 다 그릴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표현 중에 글과 그림이 형제처럼 친한 사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인간의 표현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보통 사람과 예술가, 큰 학자의 구별은 바로 이 표현방법이 해주기도 한다. 또 보통사람 중에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무식한 사람의 분류도 언어나동작의 톤, 색깔에 따라 막연하게나마 구별된다. 그만큼 표현이란 중요한 삶의 속성이기도 하다.


표현이 부재한 상태나 생명은 바로 모든 부정적인 것의 원형인 죽음이다. 누구나 배고프다, 기쁘다, 슬프다 등의 희로애락을 표현할 줄 알며 보통사람은 말이나 표정으로 할 때 시인은 문자로, 음악가는, 소리로, 무용가는 율동으로, 화가는 색으로 한다.


아무리 빼어난 예술적 표현도 신의 창조의 미세한 모방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살면서 더욱 절실하다. 50억 인간의 얼굴이 하나도 같은 형상, 같은 색이 없으니 그야말로 전능하다. 새로운 표현을 하기에, 작품에 개성 있는 얼을 불어넣기에 예술가들은 혼신을 다하여 일생을 건다.


나는 시를 쓴다. 시를 생각하면서, 그림을 통해서 나의 내일세계를 표현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작품 "봄"을 그리던 날,, 어느 이른 아침 비발디의 “사계(四季)가 들려왔다. 그때 나의 봄은 다음과 같은 언어들로 묻어왔다.

새벽마다 눈뜨는 소리
흙의 몸짓
목피(木皮)마다 터져 나오는 붉은 숨결
화신(花信)을 나르느라 바쁜 사람
무지개 빛을 감고
산마루를 넘어오는 아지랑이
눈부시도록 요란함에
못마땅한 잔설은
「누가 오시기에 이리도 부산을 떠나」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고
토라져 가버린 겨울새
그리움이 눈물 되어 고이면
사방에서 꽃가마 둥실둥실
창에 와서 기웃거리네.



목피가 터지고, 화신을 나르며 꽃가마 타고 온 창가의 봄은 탄력성 있는 시간으로 접합되면서 한 인간의 꿈으로 변신된다.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자유정신에 기초된 나의 "봄"이 다른 사람과의 만남의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봄"을 그리면서 하나의 어려움이 있었다. 유화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벌, 삼벌, 다시 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데 "봄"작품에서는 물감을 흘리는 기법을 썼기 때문에 유화의 이점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흠이었다. 색의 효과를 미리 다 생각해 놓고 마치 동양화처럼 단필에 물감을 뿌려야 했기 때문에 그러했다. 서구적인 에스프리와 동양적인 테크닉이 조화 있게 만남으로써만이 나의 내면세계의 표현이 가능할 것 같아서였다.


우주, 사물에 대한 인식을 통한 나의 상상 속에서 재생되는 작품 "봄"은 파편화된 어떤 형태를 그리고 실험정신으로 된 집합과 해체의 시도로만은 부족하여 동양과 서양, 즉 세계의 화해 분위기 표출로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해 보았다. 어떤 화가는 담벼락의 개나리, 늙은 나무의 매화, 산등성이의 진달래로 구상화시킴으로써 쉽게 봄을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봄이란 시간을 화폭이라는 공간에 담아 넣으려고 했을 때 추상화의 편리성과 묘한 효과가 크게 실감되어 즐거움을 맛보았다.. 즉 공간과 시간의 효과적인 만남의 시도였다고 하고 싶다. 봄은 방향 되어 축복받는 시간을 이룬다. 눈부신 초록향은 참담했던 겨울나무와 시베리아 지층을 뚫고 도도하게창가에 다가선다.


“범상한 사람은 사물의 바깥 모양을 상상한다. 이 경우 상상은 범상한 사람이 사물을 보는 것에 비해 덜할 것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욱 찬란하고 더욱 아름다울 수도 있다. 맹인의 상상은 이처럼 예술의 세계에서도 소중한 몫을 차지할 수 있다. 범박하게 말해서 균형되고 안정된 구성이라든지 비율에 대한 감각, 감수성과 상상력의 통제가 요구되던 고전주의적 사관으로서는 해결되지 않는 진실의 세계가 맹인의 사물에 대한 상상의 세계에서는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맹인의 미학의 세계가 바로 추상화의 미학과 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시간성을 화폭이라는 공간에 담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예술가란 원래 시공을 초월하는 또 하나의 세계인 상상세계라는 것이 있기에 선택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준열한 작업은 꿈으로 연결된다. 작품 "봄"은 바로 나의 꿈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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