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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세이

초호(礁湖)를 꿈꾸며, 남 태평양 타이티 섬

by 이다인 2023.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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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눈에 초호(湖)에 반해 버린 사람이다. 초호는 신의 작품 중 평화와 사랑으로 빚은 미의 극치라고 하고 싶다. 꿈꾸는 듯한 잔잔한 수면, 수중이 얕아서 유리를 통해서 보는 것처럼 물밑 하얀 모래, 산호초를 처소로 정해 놓고 넘나드는 고기 떼들은 어느 전설의 수정궁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 묘한 쪽빛 물결, 나에게는 그것을 말하기에 언어가 부족하다.

 

 
사막의 오아시스, 하구 ( 河口 )의 삼각주, 바다의 호수인 초호, 이것들은 자연 이 인간에게 내어 준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 세 곳 은 모두 물의 위력이고, 인간에 유익하게끔 제 몸을 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호섬들이 없기 때문에 초호의 풍경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해안에 무수한 산호초들이 고리 모양으로 둘러 있어, 바닷속에 생긴 신비로운 호수라고 하면 옳게 표현된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수채화 같은 그 아름다운 남태평양 풍경을 지상 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다.

 

타이티의 보라보라 섬
타이티의 보라보라 섬

 

 

수면에서 묻어 오르는 여명 은 이미 빛 이 아니라 어란같이 맑은 영혼이다. 숨 막힐 것 같은 기쁨 이 해저에서 솟아 오르 듯 깊게 묻어 둔 그리움은 울었다. 대낮의 침묵은 거대한 태양의 자존심이 되고 장천을 뚫고 비상하는 물새는 아직도 내 삶을 파종해야 될 당당한 사랑의 눈을 다시 한번 뜨게 했다.

 

 

나는 초호의 평화를 갖고 싶다. 목숨을 다하고 싶도록 아름다운 그 풍경을 정말 사랑한다. 그곳 토착민들의 물씬한 원시 냄새는 문명 유럽의 어떤 감각보다도 차라리 몇 단계 위의 차원이다. 감상이나 무비판 수용으로 이미 물질문화에 상처를 입은 반 문명의 영혼 등에게는 마지막 남은 위로이며 가치로 다가서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더 그 초호에 가고 싶다. 초호를 꿈꾼다.

 

초호는 나에게 자궁 속을 헤엄치는 태아의 원형적 평화며, 가해 와 피해 쪽 이 없는 무해의 세계며, 품위로 이어질 손상 이 없는 원래의 분위기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아무리 첨단 과학과 천재적 예술이 우리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해도 인간은 누구나 창조주의 원형에의 깊은 향수를 떨쳐 버릴 수는 없는가 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초호를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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