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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外

타지마할 (1), 그 순백(純白)의 유혹과 마주하다. 인도

by 이 다인 2026.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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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지마할 (1), 그 순백(純白)의 유혹과 마주하다. 인도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선명하게 박혀 지워지지 않는 풍경 하나쯤은 품고 산다.

 

나에게 그것은 인도의 타지마할(Taj Mahal)이었다.

 

 

이 이름의 뜻은 페르시아어와 아랍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Taj는 왕관(Crown) , Mahal 은 궁전(Palace)을 뜻하고

 

 샤 자한 (Shah Jahan) 황제가 너무나 사랑했던 왕비의 이름인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에서 따온 것이라고 함.

 

 

직접 발을 딛기도 전부터 수많은 예술 작품과 기록 속에서 마주해 온 그 순백(純白)의 궁전.

 

그것은 오랜 동경의 대상이자,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아스라한 꿈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그곳으로의 여정은, 어느 날 예고 없이 운명처럼 내 삶의 문을 두드렸다.

 

타지마할
타지마할

 

■ 뉴델리의 첫 공기, 그리고 겹쳐지는 기억

여행은 아주 사소한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긴 인연을 이어온 외국인 친구 A.

 

그녀가 건넨 인도 여행 제안에 나는 마치 오랫동안 이 부름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복되는 일상의 단조로운 무게가 영혼을 짓누를 때, 낯선 땅이 건네는 새로운 것의 위로는 가장 강력한 처방전이 되곤 한다.

 

뉴델리 공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후끈한 열기와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였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비로소 인도의 땅에 서 있음을 실감하는 찰나, 내 기억은 자꾸만 수십 년 전의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 뭄바이의 시간, 세월을 건너온 첫인상

지금은 델리를 통해 인도를 만나지만, 내 기억 속 인도의 첫 페이지는 '봄베이'라 불리던 항구 도시 뭄바이 (Mumbai) 에서 시작된다.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너 도착했던 그 시절.

 

그 당시 봄베이는 한마디로 "생명력 있는 혼돈"그 자체였다.

 

항구 앞에는 당대의 상징이었던 검고 노란 피아트 택시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서 있었고,

 

웅장한 영국식 고딕 건축물 사이로 세련된 양복 신사와 화려한 사리의 여인들이 교차했다.

 

당시 20대의 내게 그곳은 낯설고도 거대한 신세계였다.

 

특히 인도의 독립기념일이 우리와 같은 8월 15일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꼈던 그 기묘한 전율을 잊지 못한다.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이국땅에서 마주한 독립의 역사는, 시련을 딛고 일어선 인간의 강인한 의지는

 

국경을 초월해 모두 같다는 것을 내게 일깨워 주었다.

 

활기차고 역동적인 봄베이(뭄바이)의 그 당시 거리 풍경
활기차고 역동적인 봄베이(뭄바이)의 그 당시 거리 풍경

 

■ 아그라로 향하는 길, 바람에 실려 온 옛 유학 시절의 단상

 

회상을 뒤로하고 현재의 아그라(Agra)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창밖으로는 메마른 대지 위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느릿하게 지나가는 소달구지가 보인다.

 

고단한 삶의 궤적을 묵묵히 그려가는 사람들의 풍경은 마치 멈춰버린 시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덜컹거리는 진동 속에서 창가에 머리를 기대면, 코끝을 스치는 후끈한 공기가 문득 프랑스 유학 시절의 열기를 떠올리게 한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그토록 뜨겁게 사랑하고 갈구했을까.

 

타지마할을 지은 샤 자한 (Shah Jahan) 황제처럼, 나 또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소중한 누군가를 위한 견고하고 아름다운 성전 하나를 쌓아 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세월의 먼지 아래 켜켜이 쌓여있던 묵은 기억들이 인도의 바람을 타고 하나둘 선명하게 깨어난다.

 

■ 긴 시간을 건너온 서사의 입구에서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타지마할을 휘감아 흐르는 성스러운 야무나 강 (Yamuna River) 의 모습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 강물은 수백 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비통에 잠겼을 샤 자한 황제의 눈물을 묵묵히 받아내며 흘렀을 것이다.

 

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이 빚어낸 인류 최고의 걸작.

 

그러나 그 눈부신 아름다움 뒤에는 사랑을 위해 국고를 탕진하고, 결국 자신의 아들에 의해 유폐되어

 

쓸쓸한 최후를 맞이한 황제의 비극적 서사가 숨겨져 있다.

 

이제 곧, 그토록 고대하던 순백의 환영이 내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대리석에 새겨진 사랑과 비극의 이중주를 마주하기 전,

 

나는 인도의 짙은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는다.

 


 

■ 후속 글/  2026.03.01 - [유럽 外] - 타지마할 (2), 대리석에 새겨진 황제의 애틋한 사랑.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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