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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프랑스

by 이다인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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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프랑스

1983년 11월 10일, 온 불란서의 매스컴은 칼로스 오트(Carlos Ott)라는 36세의,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미테랑 대통령의 제안(1982년)에 의해서 이루어진 프로젝트인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설계 현상모집에서 세계 750명의 건축가들이 기초설계를 출품해서 칼로스 오트씨가 당선되었다. 심사과정의 엄격함과 공정함은 말할 것도 없다.
 
1차에서 50명의 심사위원들이 참여하여, 한 달 동안 세심한 기술검토를 했고, 다시 건축가, 유명한 음악가, 가극계 저명인사, 행정책임자 등 도합 20명이 작가의 이름을 모르는 상태로 여섯 작품을 선택하여 다시 대통령이 세작품에 대한 모형과 투시도를 받아 최종적으로 심의결정했다. 모두가 놀란 것은 우선 무명 건축가인 점이었고 또 프랑스인이 아닌 외국 건축가인 때문이기도 했지만 수상과정의 공정함을 알기에 온 프랑스가 작품질을 인정하고 그의 승리를 축하하며 환영했다.
 

바스티유 오페라
바스티유 오페라

 
바스티유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래는 빠리 시내에 있는 쌩땅뚜완느(St-Antoine)門 안에 있는 성채였다. 샬르 5세(1370년) 때 여덟 개의 탑을 가진 군사요새였는데 리슐리유(17세기) 때, 감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프랑스혁명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1790년, 혁명 이후 마침내 시민시대가 들어서면서 그것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넓은 광장을 만들어 혁명기념으로 銅으로 된 7월 기념탑이 세워졌고 "자유"의 상징으로 되어 있는 공간이다.
 
옛날 그 감옥죄수들 중에는 볼테르, 싸드, 푸께 같은 유명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진 공간은 미테랑 같은 서민사회복지가 꿈인 대통령에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오페라 극장 건축계획에 적당한 장소로 선택되었음이 당연하다. 이런 사실들을 소상히 알고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혁명 200주년 기념 공연 행사로 1990년 6월 13일 극장이 아직 불완전한 상태로 1차 공연을 트로얀으로 한 차례 치렀다. 그 후 수개월 간의 기술적인 장애를 보완하여 드디어 그해 가을 4억 3천1백만 달러의 극장이 정식 개관되었다.

첫해 오페라 시즌이라 표 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나는 새벽부터 줄을 서야 했고 겨우 정오 12시가 되어서야 베르디"오뗄로"표 두 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피곤했지만 작은 것이라도 무엇을 성취했다는 기분으로 돌아왔다. 11월 13일, 드디어 스페인의 플라시도 도밍고와 미국의 칼렌 에스페리언이 열창을 하는 화려하고 격조 높은 밤무대가 올랐다. 거기다가 정 명훈이란 지휘자가 혜성처럼 나타나 한국인의 위상을 올려놓고 사랑받도록 해주어 너무도 감격스러웠으며 고맙고 또 고마왔다.

광장 한복판에 있는 기념탑에는 1830년 7월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두 날개를 달고 횃불 같은 것을 하늘로 높이 쳐들고 있는 조상 하나를 바치고 있는 이 높은 탑은 바로 자유, 평등, 우애의 프랑스 정신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듯 서 있다. 바로 그 건너편에 옛날 구역을 전부 정비하여 초현대식 곡선으로 다듬은 오페라 극장이 들어서있고 주변에 있는 몇백 년 된 건물들과도 전혀 부딪침 없이 신구가 보기 좋게 어깨를 나란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실내를 보면 기능은 물론 음향과 부대시설은 너무나 완벽하여 모두를 놀라게 한다. 우선 크게 내부를 구별하면, 관중석, 관객관리공간, 무대, 예술가들의 준비공간, 기자재공간으로 적소에 잘 배분되어 있다. 어느 야외 원형극장을 느끼게 하기도 하며 단 3층으로 되어 있으나 기둥 하나 없이 탁 트여있다. 각 테라스마다 높이가 다르고, 튀어나온 부분도 모두 약간 비상하는 듯 곡선으로 처리되었기에 여러 층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어키기도 하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음악공간이다. 빠리 갸르니에 오페라 건축이래 1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최초의 큰 국책 문화공사였다.
 

바스티유 오페라 실내
바스티유 오페라 실내

 
150,000m 공간에 강철, 유리, 콘크리트, 돌로 빚어진 거대한 아름다운 빌딩이다. 2,700의 관객석, 현대 오페라를 위한 다용도극장과 연구부를 위한 600석의 오디토리움, 280석의 스튜디오 극장으로 되어있다. 그 외에도 의상실, 리허설룸, 물품보관소, 부속무대 등이 있다. 그리고 10개 이상의 그랜드피아노가 들어있던 방과 니키 드 쌩팔르(Niki de St Phalle)의 색동뱀이 청색 여자의 굵은 다리를 기어올라가던 "천재의 약혼녀"란 조각이 인상적이었고, 짙은 청색 바탕에 어린애 장난 같은 흰 선이 오가던 무대막의 그림은 21세기 사람들에게도 환영받을 것 같은 현대감각이 물씬했다.
 
그날 관객들은 모두가 아래위층을 오가며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음악과 건축 평론가가 되어 보던 밤이었다. 기립박수가 터지는 순간순간마다 우리의 정 명훈, 그리고 가수들은 정중하고 행복한 답례를 보내기를 거듭했다. 공연이 끝나자 대부분의 군중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그 여운을 연장시키고 싶은 이들은 입구에 있는 라 뚜르 다르장(La tour d'argent) 식당에서 한 잔의 차를 나누며 바스티유 풍경 속에 더욱 멋이 묻어나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오뗄로, 라고, 데스데모나 뿐만 아니라 인간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순결, 질투, 복수가 빚어내는 나의, 그리고 우리들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무대 위의 훌륭했던 아리아도 좋았지만, 폭풍우 일던 Chypre 항구의 밤, 오뗄로의 승리를 환영하던 합창이 아직도 내 귀에 울리는 것 같다.


 

바스티유 광장
바스티유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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