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도시 프라하, 체코
“체코의 모든 사람들은 바이올린의 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에 태어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그만큼 그들 국민들이 천성적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대한 질 높은 청취력과 정열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나는 오래전 프라하 음악제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듣고 읽고 사진으로 보아만 오던 프라하에 첫발을 디디던 날, 짐을 풀자마자 그 유명한 찰스교(길이 516미터 넓이 10미터)를 몇 번이고 거닐어 보았다. 마치 꿈꾸거나 산책하는 어느 시인처럼 교각 양가에 30개나 도열해 있는 조상들과 은밀한 대화라도 나누듯이 나는 제법 그 분위기에 맞는 사람처럼 행동했던 것 같다.
즉 나의 몽상과 나의 걸음걸이는 발아래 유유히 출렁이는 몰다우강이 배경음악으로 깔려 있다는 것을 깊게 느끼기라도 하는 것처럼 낭만적 분위기를 만끽했다. 몰다우강은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19세기 음악가 Bedrich Smetana(1828~1884)의 교향시 "나의 조국"과 더불어 유명해진 강이다.
체코는 이미 17, 18세기부터 보헤미아의 훌륭한 음악가와 작곡가들의 배출로 유럽 음악계에서 인정받았지만 특히 체코의 현대음악의 아버지라고 하는 19세기 스메타나와 드보르작(1841~1904)의 눈부신 활약 덕택으로 음악적인 영혼을 가진 국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21세기초, Leos Janacek(1854~1928), Bohuslav Martinu(1890~1959), AlcisHala(1893~1973), Eugen Suchon, Jan Cikker, Petr Eben 같은 많은 작곡가들이 나왔고 항상 음악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세계인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다. 한때는 한국인들에는 먼 나라로 느껴졌었어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음악 이외도 건축,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 가 보아야 할 만한 보는 곳이다.
옛 시절 프라하의 민주화 영웅들이 총성에 피를 흘리고 쓰러 졌을 때, 그들이 꼭 피의 대가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적이 있다. 프라하 지하에 잠들어 있는 천재들과 민주영웅들의 묘소라도 가서 그들의 영전에서 명복을 빌리라 생각했었는데 그 소망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5월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햇빛이 여리고 바바리코트 정도는 걸쳐야 했던 좀 쌀쌀한 밤이었지만 시가지 중앙로에 시간 촛불들이 꺼지지 않고 있던 민주영웅 영전에 들렀다가 거기서 거의 걸어서 갈 수 있었던 스메타나 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의 "Don Giovanni"를 볼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었다.
낮에 매표소에 들렀을 때 제일 좋은 좌석 2개, 제일 좋지 않은 좌석 2자리만 남았다고 했다. 5월 음악제는 내국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도 참여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때문에 일찍이 표를 구해놓아야 한다. 중요 가두에 있는 Cedok라고 불리어지는 관광센터에 문의하면 문화·예술 프로그램, 매표 모두 가능하기도 하다.
프라하는 舊 시가지와 新 시가지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다른 나라도시들과 다른 점은 여기서는 新街라 해도 이미 600년 전부터 발달된 곳이므로 보통 눈으로 볼 때는 舊街에 비해서 길과 광장이 넓고 건물들이 클 뿐이지 그 분위기나 모양에 있어서 크게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옛 냄새가 그대로 배어있다.
프라하의 큰 자랑이고 나의 가장 큰 관심은 찰스교다. 인구 약 130만의 도시에 세계적 수준의 국립극장(오페라, 발레, 고전극만 공연), 국립극장 新무대(고전, 현대), Smetana극장(오페라, 발레), Tyl극장(모짜르트의 오페라들과 고전극), Karlin뮤지컬극장(오페레트, 시사희극)이 있고 그 이외에도 훌륭한 음악 공연장이 많다.
보통 오페라 하우스라고 하면, 무대를 비우는 한이 있어도 발레와 오페라 공연 이외는 하지 않는다. 그만큼 무대장치나 관람석이나 극장 내부장식 등 모든 설계, 부대시설이 특수해야 되기 때문이다. 나는 세계의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들을 많이 가보았다. 그중에서도 스메타나극장은 그 이름값도 있지만 매년 열리는 “5월 음악제"의 가장 중심 공간이며 그들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기에 덩달아 나도 애정을 가졌던 것 같다.
5월 프로그램 중에서 중요한 오페라는 거의 이 극장에서 공연되고 현대음악, 또 순수음악 연주들은 여기저기서 연주되고 있었다. 좌석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파리 가르니에보다는 작은 것 같았고 실내 여기저기 구석들마다 신경을 쓰고 있는 흔적들이 첫눈에도 보인다. 붉은 카펫과 의자, 거의 황금빛 천정과 골조장식, 중앙의 늘여 뜨러 진 샹들리에, 분위기, 조명,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옛 사회주의 체제와 어울릴 수 없는 풍요롭고 호사스러운 실내다.
관객 수준은 부자연스럽게 겉치레 한 애호가들이 아니라 참으로 진지하고 음악을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임을 알게 되었다. 흔히 덜 떨어진 문화국의 좋은 오페라공연 이 끝날 무렵이면 번쩍번쩍한 자동차의 행렬과 선민의식과 교만에 찬 묘한 분위기는 볼 수가 없이,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 안으로 사라진다.
저녁 무대들이 다른 나라 경우들에 비해 한두 시간 빨리 시작하는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국민인가. 프라하는 인형극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무대장치와 의상들이 완벽할 정도로 훌륭한데 놀랐다. 이런 예술기질이 강한 국민들이라 사회주의 체제 때 가장 수난을 당하고 고통을 당한 자들은 예술가들이다. 표현의 자유를 잃고 유배당하거나 소외당한 예술가들이 수두룩했지만, 그들의 예술혼은 이념과 체재도 어찌할 수 없었나 보다.
그해 5월에 다른 3개의 오페라를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나는 지트나街 14번지에 있는 드보르작 전시관을 찾아 나섰다. 곡선 쇠창살과 두 마리의 동물 모양의 철문이 높게 서있는 대문을 들어서면 위에 부조들이 있는 육중한 현관문이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방문객들이 별로 없었다. 집은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고, 그가 작곡을 하던 책상과 평소 좋아했던 음악가들의 여러 사진들과 펜, 잉크병 등이 놓여있었고 봄 빛줄기가 누렇게 흘러들어오는 창 너머로 작은 마당이 보인다..
나는 눈에 푹푹 빠지던 어느 겨울날, 뉴욕에서 그가 만년에 작곡한 "신세계"의 산실인 東 17번가 327번지, 기념판이 높이 붙어있는 집을 한가한 시간에 찾아본 일이 있다. 그때 프라하의 기념관이 문득 화면처럼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시간에 쫓기면서 마치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헤미아 왕국의 최초의 왕터였던 Yysehard언덕의 유서 깊은 성 삐에르와 성 뽈 성당에 가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교회 뒤뜰에 다른 여러 예술가들과 나란히 누워있는 스메타나와 드보르작 무덤을 보며 그들이 남겨준 음악을 늘 들었던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남은 하루를 1789년에 "Don Giovanni"의 산실인 Bertramka 별장을 찾아가 그랜드 피아노를 비롯한 대가의 유품을 보며, 프라하의 음악 분위기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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