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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스톡홀름의 여름, 스웨덴

by 이다인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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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의 여름, 스웨덴

부드러운 햇빛이 서서히 도시를 감싸고 있는 큰 호수와 발틱 해안에 퍼지는 16-17도의 쾌적한 아침에 나는 스톡홀름에 당도했다. 오랫동안 유럽에 살면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큰 호기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던 것이 이상하다. 그것은 내 생활과 별 상관이 없는 데에도 이유가 있겠으나, 사물에 대해 편파적인 애정을 쏟는 내 에스프리에 더 큰 책임이 있겠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나의 무관심에 대한 후회이며, 첫눈에 반한 스톡홀름에 대한 애정의 간접적인 고백이다. 스톡홀름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인 줄은 몰랐다.

2만 4천 개나 되는 작은 섬들을 가진, 규모가 굉장히 큰 북유럽의 베니스 같다고 하면 어느 정도 상상이 될까?  물, 교각, 궁전, 구가의 작고 예쁜 가게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정이  쏠린다. 정치를 잘해 세계 제일의 부자로 사는 나라. 개방적인 사회라 남녀 문제가 어느 나라보다 자유로우며, 노벨상을 수여하는 왕국, 잉그릿 버그만, 그레타 가르보, 아바(Abba) 그룹, 비욘 보그(Bjorn Borg) 이런 유명 인사들의 조국...  대강 이런 정도의 지식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땅에 발을 딛는 순간 그런 표상어와는 관계없이  '생생하게 살고 있는 도시' 임을 직감하게 된다.


스톡홀름의 좋은 점은 유럽식 왕국이 지니는 우아한 고풍과 섬세한 취향이 있는 반면에, 미국적인 평이함과 진취성이 어느 한쪽에도 기울어지지 않으며 균형감 있게 공존해 나가는 점이다. 어느 낯선 거리를 걷고 있어도 홀로 이국 만리 땅에 있다든지, 어느 상황에도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위험적인 고독 같은 것이 없다. 일종의 평화와 안도감이 감도는 도시와 사회의 보호를 받고 안겨 있는 기분은 잘된 사회보장 제도, '예술화'를 지향하는 국민들의 모든 손길, 그것들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나 같은 짧은 기간의 체류자를 위해서 길어야 하는 곳, 메트로( 빠리의 지하 철도)나 버스를 타야 하는 곳, 여러 방편이 있으나 그것 이외에도 여기서는 유람선을 타야 한다. 거의 1시간쯤 배를 타고 고도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어느 정도 방향 감각이 생기면서 서서히 긴 교각을 오가며 궁전이 있는 구 시가지를 길어야 한다. 쑥쑥 뻗은 팔다리, 연한 금발, 혹은 거의 흰색에 가까운 머리의 남녀가 서부 영화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걸어가는가 하면 거리에는 비교적 크고 깨끗한 볼보(Volvo) 자동차들이 물결치는 품세는 중남부 유럽과는 또 다른 이국적인 멋이 있다.

 

구시가지
구 시가지

 

첫날 거리에서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대낮인데도 대거 밀려오는 자동차들이 모두 불을 켜고 달리고 있는 점이었다. 불을 끄는 것을 잊었나 아니면 고장인가 생각했다가 저 많은 자동차들이 한꺼번에 그럴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너무 궁금하여 앞에 있던 어떤 노신사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웃으면서  "스웨덴에 처음 오셨군요. 여기는 아시다시피 거의 밤만 계속되든지 지금 7월처럼 서너 시간을 빼놓고는 거의 낮만 계속되는 곳 아닙니까?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 거리의 모든 자동차의 운행은 24시간 불을 켜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고 설명해 주었다.

 

그때서야 이해가 되었지만 다 같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사는 노르웨이는 그렇지 않았던 것을 볼 때 참으로 안전 제일주의를 지향하는 정확한 국민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겨울에 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밤이 거의 서너 시간밖에 없는 여름인데도 나는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샅샅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 더 좋기만 했다.

나는 여기 오기 며칠 전 덴마크에서 오슬로로 가던 도중 바버르그 (Varberg)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마침 거기에는 독일에 살고 있는 친한 친구의 '여름집'이 있어 초대되었다. 그 집은 바버르그 시에서 5킬로 미터쯤 떨어진 어촌 가까이에 있었는데, 20년 전부터 여름휴가만 되면 거기서 지낸다고 한다. 그 댁 조그만 요트가 매어져 있는 선창의 풍경으로부터 그곳 요트 클럽센터, 해변가에 높게 솟아 있던 바이킹 시대의 고성(古城), 사가(私家)와 같은 조그마하고 아담하게 지어진 은행 건물을 구경시켜 준 다음, 그 시의 현대화된 도서관 하나를 관람시켜 주었다.

 

 

도시 인구에 비해 규모가 꽤 크고 너무나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국민 독서율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그는 강조했다. 그래서 어느 도시이든 도서관 시설과 운영이 잘 되어 있다고 하면서 그 이유 중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길고 긴, 깜깜한 밤만 계속되는 계절을 들었다. 온 국민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잠자고 사랑을 하는데만 밤을 쓸 수 없지 않느냐며 웃었다. 그렇다. 몇 개월 동안 밤만 계속되는 나라의 생활을 단번에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계절과 밤낮이 우리와 같지 않은 나라이면서도 온 국민의 생활이 중부 유럽의 정상적인 것과 다름없이 정확하고 쾌적한 리듬 속에 멋진 삶이 숨 쉬고 있었다. 로마나 빠리처럼 역사의 기념비들이 뻐기듯이 준비하게 버티고 있는 그런 도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상적인 것 에서 그들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정신과 육체와 자연을 느끼게 되며 행복을 보게 된다. 배를 타고 구(舊) 시가 주위를 돌고 있으면 언덕 군데군데에서 비키니 차림이나 나체로 일광욕을 하고 있는 남녀를 보게 되는데 그 수려한 풍치에 그들이 없으면 오히려 허전할 것같이 자연스럽다.

 

스웨덴의 육체에 대한 개념이 얼마나 건강한 상태인지는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다. 그들에게는 육체라는 것이 부끄러운 것을 감추지 않아도 될 만큼 신성한 것이다. 나는 너와 꼭 같은 육체를 가지고 있을 따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육체에 필요한 태양빛을 공급한다 는 것은 그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여름이면 남유럽에는 스웨덴 차들이 많이 보인다.

선상에서 유창한 다국어로 안내하는 청년은 "스톡홀름을 떠나시기 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군함 바자(Wasa)와 세계 청년에게 '가장 사랑받는 숙소, 훌륭한 선박 유즈 호텔'을 꼭 구경하십시오" 하고 마이크로 방송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물을 다루고 지배한다기보다 물과 더불어 생활하며 물과 같이 멋지게 놀고 있는 셈이다. 왕궁 근처에 있는 스웨덴의 전통적인 우아한 식당에 한번 들어가 보라. 물에서 나온 싱싱한 생선이 그들의 식량으로 얼마나 중요한가를 첫눈에 알게 된다. 물에 둘러싸인 구 시가를 천천히 걸어 다니면 권위 있는 스웨덴 학술원의 설립자 구스타브 3세 왕의 동상과, 그들 역사의 정복과 승 리의 표상인 오벨리스크를 만난다. 이렇게 바이킹을 공부하면서 그들 역사의 결별과 결속을 나는 이곳에서 다시 배운다.

 

바이킹

여기 사람들이 덴마크와 아이슬란드까지 끼워서 스칸디나비아의 다섯 형제국으로 생각하는 것도 알았다. 그들의 조상 바이킹은 속죄나 부끄러움의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물을 지배했던 강한 능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그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도 여기에 와서 알았다. 북해와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덴마크와 스웨덴은 서로 뺏고 뺏기며 많은 눈물과 웃음을 자아냈던 대적의 땅들이다. 그곳의 물은 그들 조상들의 피바다였다. 그곳의 여름 부둣가에는 주객이 바뀌어 영어, 불어, 독어, 한국어까지 슬슬 굴러다닌다.

 

그들의 자랑인 노벨상 시상식장이기도 한 적벽색의 높은 시청, 금빛 종각이 유난히 물결에 어른거리던 시간에 나는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이곳을 떠나야 했다.

 

시청 종각
시청 종각

 


 

왕궁
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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