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태리4 스칼라의 얼굴들, 밀라노 이태리 스칼라의 얼굴들나에게 그해 1년 동안의 빠리 체류는 더없이 풍성한 축복의 한해였다. 떠나기 전에 나는 많은 계획을 세웠고, 욕심껏 살리라고 마음먹었다. 막상 일 년을 지나고 보니, 그렇게 만족할만한 연구는 해낸 것 같지 않으나 평소 때 늘 즐겨하던 좋은 음악무대와 음악가들의 공간을 두루 찾아본 것들이 연구생활 외의 큰 소득으로 남은 것 같다.많은 시간을 통해 유럽의 중요한 오페라를 감상했던 날들은 나에게 지금도 보석처럼 빛나며, 가장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랑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페라 시즌에 들어서면서 가수들과 연출가들에 관한 각종 정보를 읽어보고 가고 싶은 오페라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날짜를 정하는 일, 표를 사는 일, 누구와 더불어..., 의복을 선택하는 일 등등 모두가 출렁이는 물결처럼 내 .. 2024. 11. 15. 유럽 4개국 종단 캠핑 기행 유럽 4개국 종단 캠핑 기행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태리)프랑스에 체류한 지 수년째 되던 어느 초여름 유월이었다. 유월에 들어서면 온 유럽은 대 이동 (移動)의 계절을 맞게 된다. 너 나할 것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큰 슈퍼마켓 앞 광장에는 야영 텐트가 크고 작은 것으로부터 형형색색으로 즐비하게 전시되고 옥내 (屋內)에도 바캉스 도구들로 꽉 차 있다. 슈퍼마켓 내 가끔 무더기로 물건을 재어놓고 세일 선전문이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었고 한국산 제품도 가끔 눈에 띄었다.우리가 남불 엑스에서 이동하여 노숙을 같이 할 식구는 네 명이었다. 5인용 텐트하나와 한국산 운동화 한 켤레를 샀다. 난생처음으로 떠나는 야영 생활이라 별의별 걱정을 다 하고 있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무지(無知)한 사람.. 2024. 8. 10. 수인(囚人)의 공간 엘바섬, 이태리 <feat. 나폴레옹 유배지 > 수인(囚人)의 공간 엘바섬, 이태리 오후 3시는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고 끝내기에는 빠른 시간이라고들 불평한다. 그런데 오늘 나의 오후 3시는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기분이다. 이태리 서부 해변도로를 아침 8시부터 달려왔으니 로마로 들어가려면 아직도 해변 풍경 속을 한참을 달려야 할판인데 도중에 엘바섬에 들른다는 것은 시작치고는 아주 괜찮은 시작이 된 셈이다."이제 여러분들의 목적지인 엘바섬에 곧 내리겠습니다" 하고 마이크로 여러 나라 말로 방송했다. 1백여 명이 탄 배 위에서 우리 앞 좌석에 중국말을 하는 한 가족 외에 동양 사람이라고는 없었다. 배를 탈 때부터 일거 일동을 관찰하듯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있던 한 늙은 이태리 부인은 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내릴 적에는 내 가까이 다가서며 혀를 유난히 .. 2024. 4. 13. 푸치니의 호수, 이태리 푸치니의 호수, 이태리 피사에서 피렌체로 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푸치니(1858~1924)의 마을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놓쳐 버렸다면 대단히 억울한 일이다. 내가 Torredel Lago Puccini (토레델 라고 푸치니)를 찾아간 것은 밤이 몹시 짧은 한여름 초저녁이었다.후덥지근한 공기에 길을 묻는다든지 목이 말라 카페에서 물을 잠시 마시는 동안에도 윙윙거리는 왕모기들이 얼굴과 드러내 놓은 팔, 다리를 계속 물어뜯었다. 왜 이렇게 큰 모기들이 동네 초입부터 대거 공격하고 있었는지 처음에는 알 길이 없었다.금방 부풀어 오르는 다리와 팔을 짜증스럽게 긁으면서 Torredel Lago Puccini라고 써진 넓지 않은 길을 한참 따라 올라가니 길 끝 오른편에 푸치니 집이 있고 그 앞에 그리 크지.. 2023. 11. 14.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