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이 다인
망가지기 전 활짝 핀 꽃으로 덮인
절경 앞에서 "찰칵" 한 장 찍는다.
맵시 있는 세련된 인간, 풍물과 또 한 장
허물허물 정이 들어버린 어수룩한 사람과도
잊고 싶지 않은 역사의 현장과도
수시로 카메라는
현대란 공간을 정지시킨다.
그뿐인가 체내 속속들이 찍어내는 엑스레이는 어쩌고
명암원근법을 가르치던 미술 선생님의 것에서
음양각 장인 조각가의 더딘 일손도
카메라는 이제 다 훔쳐냈지만
아직 못다 한 노략질 하나 남아 있어
그놈 몸살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영혼'이라는 것 말이다.
사진첩에 담긴 웃고 있는 얼굴에
비탄과 고독이 층층이 쌓인 숨겨진 통증
악취 괴인 심장엔 향수 뿌렸고
마음 같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탐욕 덩어리로 굳어져버린 얼굴,
한 번도 가슴앓이나 고뇌를
쳐다본 적도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한 생명을
구해 보려고 땀 한 방울 흘려보지 않는
몰염치한 저들, 보기에는
대리석 완성품처럼 매끈하고 무게 있어 보이는
어른 우리,
오늘따라 유난히 커 보이는 눈으로
움직이지 않는 인형처럼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의
무섭도록 맑고 고요한 동공 속에
만상의 원형질에 정확한 초점을 맞추어 찍어내는
비범한 특수 촬영기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면
까무러치게 놀래고 정직한 포오즈를 취해 주어야 한다.
자지러지도록 놀라서 열심히 사는 삶을 찍게 해 주어야 한다.
영혼을 들여다보는 안목과 염탐술은
하느님과 아이들뿐,
하느님 나라에는 고해성사 제도가 있어
관용이라는 것이 있지만
아이들 나라에는 외골수 시인처럼
덤으로 주고받는 흥정이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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