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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세이

습작생의 밤

by 이 다인 2025.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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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생(習作生)의 밤

 

 

                               이  다인


서가에 꽂힌 진지한 행렬,

저마다 화려한 이름표를

가슴에 붙이고

각기 다른 옷을

혹은 유니폼까지도 걸치고

호흡의 고장, 정신의 공기임을

자부하는 행진이 25시까지

계속되던 날,



생명의 진정한 자양(滋養)은

포도 위에도

흐르는 가등(街燈) 밑에서도

풍요한 굿을 벌린다는



육욕(肉慾)의 권유도

당당하게 입장하여

한 좌석을 차지했다.

너의 거리, 나의 거리, 우리의 거리

즐거운 리듬이 옷깃 사이로 지나간다.



노래가 보인다.

징을 치고 있는 사나이

북을 두드리는 건달이

갑자기 트럼펫이 멀리서 피를

토(吐)한다.

쇼우윈도에 사내 같은 여자

아까보다 더 키가 커서 다가온다.

징그럽게 걷어올린 다리

무엇인가 열심히 목청을 다해 외친다.

카페에 대화는

제 흥에 빙글빙글 돌아간다.

오늘따라 내뿜던 물길을 쉬고 있는

광장의 늙은 사자상은

목이 타도록 지쳐 버티는 밤을

나직이 위로한다.

우울한 영혼의 집인 채


더벅머리 사내는

지금 아무도 없는 길모퉁이를

돌아서야만 한다.

혼자 걸어야 하는 그 아득한 밤을.

 

 


습작생의 밤 사진
습작생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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